지난 26일 국회에서 특검범이 통과됨에 따라 `대북송금’ 사건을 규명할 특별검사의 중책을 누가 맡게 될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이번 특검은 개인비리에 대한 수사였던 과거 3차례 특검과 달리 국익과 남북관계를 신중히 따져가면서 `국민의 정부’ 핵심인사 등을 상대로 수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검찰을 거치지 않은 사건이어서 실마리를 찾는 작업부터 특검이 직접 해나가야 하는 만큼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공산이 크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특별수사와 공안사건 수사를 풍부하게 다뤄본 검찰 출신이면서 정치권과 특별한 인연이 없고, `비밀준수의무’를 지켜낼 수 있는 과묵한 인사가 이번 특검의 적임자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번 특검에게 요구되는 요건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변협의 적임자 물색작업은 한층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변협측은 “대북송금 사건은 대북관계와 국익을 따져야 하는 미묘한 사건이고 불똥이 어떻게 튈 지 예측하기 힘든 측면이 많아 특검 추천시 종전보다 더욱신중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벌써부터 하소연하고 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조계에서는 몇몇 검찰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레 특검 하마평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이용호게이트’특검 추천때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던 대검 수사기획관 출신인 이종왕 변호사를 이번 특검의 적임자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옷로비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성역없는 수사를 주장하며 사표를 던진 이 변호사는 고사하고 있지만 수사능력과 강직한 품성 때문에 법조계의 신망이 두텁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지휘하면서 국민적 시선을 끌었던 안강민 변호사도 본인의사와 관계없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인천지검장 재직시 임창렬 경기지사 부부 등의 구속을 강행한 제갈융우 변호사도 특수와 공안을 두루 거친 경력 때문에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검찰 출신으로 변협 사무총장을 지낸 반헌수 변호사도 후보군에 꼽힌다.

이밖에 강직한 성품으로 유명한 송종의 전 대검차장, 강원일 전 `파업유도’ 특검 등이 후보로 거론되지만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고사의 뜻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은 아니지만 대북송금 사건을 특검으로 규명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온 이석연 전 경실련 사무총장과 판사 출신이면서 개혁성향이 강한 김종훈 변호사의 이름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이번 사건의 성격과 수사의 어려움 등 때문에 특검직을 고사할 가능성이 많아 의외의 인물이 나올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적지않다.

변협은 내달 3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특검 추천방안을 논의한 뒤 본격적인 물색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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