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도 인정하는 ‘비밀 아닌 비밀’ 불구 단속미비
6년간 80건뿐…경찰청 1㎞내 버젓이 퇴

▲ ‘이발소 표시등 개수에 따라 은밀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사실을 아세요.’ 이발소 표시등이 한 개면 정상 이발소(왼쪽), 두 개면 퇴폐 이발소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대구지역 곳곳에서는 표시등 두 개를 단 이발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기철 기자 joo@idaegu.com
▲ ‘이발소 표시등 개수에 따라 은밀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사실을 아세요.’ 이발소 표시등이 한 개면 정상 이발소(왼쪽), 두 개면 퇴폐 이발소라는 얘기가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대구지역 곳곳에서는 표시등 두 개를 단 이발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기철 기자 joo@idaegu.com


‘은밀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통하는‘퇴폐 이발소’.

어떤 이발소도 ‘이곳이 퇴폐 이발소’라는 선전을 하지 않는데도, ‘(유사) 성행위’를 원하는 이들은 정확히 퇴폐 이발소를 찾아간다.

어떻게 찾아가는 것일까?

힌트는 이발소 표시등(싸인볼) 개수에 있다.

이발소 표시등이 ‘1개’이면 머리카락을 깎는 정상 이발소고, ‘2개’면 퇴폐 이발소라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다.

이 같은 사실은 대개 인터넷이나 이용자들의 입소문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이발소 업주들조차 인정하는‘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비밀(?)로 통하고 있다.

두 곳의 차이점은 표시등이 하나인 이발소는 대부분 1층 등의 지상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두 개짜리 이발소는 내부가 눈에 띄지 않은 지하가 영업장이라는 것.

이발소 표시등을 한 개만 달고 영업중인 김모(47) 사장은 “퇴폐 이발소가 표시등을 2개 달고 영업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그들만의 약속이다”며 “공식처럼 통용되는 사실을 단속기관이 모를 리 있겠느냐?”며 단속기관의 소극적인 대응을 지적했다.

기자는 이러한 공공연한 사실을 확인하고자 최근 표시등 한 개와 두 개인 이발소를 구분해 대구시내 취재에 나섰다.

표시등이 하나인 이발소를 찾아가 은밀한 서비스가 되냐고 묻자 주인은 “그건 당연히 표시등 2개를 단 이발소로 가야죠. 여기선 그런 거 안 합니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에 있는 표시등 2개짜리 이발소를 찾았다. 듣던 대로 지하였고, 대구지방경찰청과 불과 1㎞ 거리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나와 침대가 있는 방으로 안내하며, 가운을 건네줬다.

이발을 하러 왔느냐는 말은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6만원이고요. 40분 정도 걸립니다. 바쁘면 서비스부터 해드릴게요.”

이 곳 외에도 표시등이 2개인 이발소 여러 곳을 찾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대구시내에는 표시등 2개를 단 이발소를 동네슈퍼 만큼이나 쉽게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대구지역에 이용객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간판표시를 잘 한(?) 덕분에 퇴폐 이발소가 우후죽순처럼 확산되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표시등이 2개면 퇴폐 이발소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이발소가 대부분 폐업을 해놓고 무허가로 영업 중인 곳이라 시의 단속에 한계가 있다”며 “퇴폐 이발소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단속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이발소는 1천215곳이다. 이 중 퇴폐영업을 하는 이발소가 몇 곳 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다만 정상적인 이발소로 영업하다 폐업한 후 무허가로 퇴폐이발소를 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업계와 대구시 관계자의 설명이고 보면 실제 영업중인 퇴폐 이발소는 예상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퇴폐 이발소가 대구 전역에서 버젓이 활개치고 있는데도 경찰의 단속은 최근 6년간 80건뿐이다. 단속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실제 (유사) 성행위 장면을 적발해야 처벌할 수 있어 단속이 쉽지만은 않다. 퇴폐 이발소의 표시등이 2개인지 몰랐다. 앞으로 표시등 수를 근거로 퇴폐 이발소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