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중 아파트와 오피스텔 1천868가구를 분양할 예정인 대구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이 사업부지 내 도로에 설정된 거액의 근저당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금액의 근저당 설정 피해가 내집 마련의 꿈에 부푼 조합원들을 울리는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알박기’ 형태로 근저당을 설정한 외지 투자자의 행태에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형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진행하면서 거액 근저당 설정에 대해 사전에 치밀하게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조합 측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원 400여 명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부동산 개발업자 A씨의 사무실 앞에서 “4.5평에 135억 원이 진짜인가요”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06년 범어동 일대에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던 B업체는 A씨로부터 85억 원을 투자받는 대신 135억 원을 상환한다는 투자약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담보로 사업부지 내 도로 15.1㎡(4.5평)에 무려 135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그러나 B업체는 그 후 사업 부진으로 도산했다. 현재 A씨는 근저당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상태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근저당권자의 재산권 확보 주장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참여한 일반 조합원들의 사정은 정말 딱하다. 이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권채무 관계로 분양이 늦어지면서 자신들이 한달에 15억 원 가량을 금융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조합 측은 근저당권을 말소시키기 위해 공유물분할 등기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A씨는 문제의 부지 이외에도 사업부지 내에 2필지의 자기 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합 측은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향후 지역주택조합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재개발보다 지역주택조합을 통한 사업이 좋은 것은 조합원이 될 경우 높은 시세 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난 2017년 주택법 개정안 시행으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투명성, 안정성이 일부 높아지기도 했지만 다양한 변수로 인해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차제에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