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인 A(49)씨는 2017년 대구로 쫓기듯 올라왔다.

부산의 한 병원에 입원해 알콜 중독 치료를 받던 중 잦은 무단외출과 폭행 등으로 쫓겨났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구의 한 정신병원으로 옮긴 뒤에도 무단외출은 여전했다. A씨는 술집에 가기 위해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 택시를 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우연히 잡아탄 택시가 그를 범죄의 수렁에 가두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택시가 급정지하면서 A씨의 발목이 접질렸고 택시기사에 항의해 합의금 명목으로 5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법인택시 기사들이 인명피해로 인한 벌점 누적으로 면허정지 처분 등을 우려해 교통사고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후 A씨는 법인택시만 골라 타며 택시가 급정지할 때를 노려 운전석 아래 발을 넣어 다리를 다친 척하거나 앞 좌석에 머리를 부딪치는 수법으로 합의금을 타냈다.

지난해부터는 부산에 있는 친구까지 끌어들였다.

A씨는 친구와 함께 달서구와 서구 일대를 돌며 택시, 버스 등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2년 사이 1천만 원이 넘는 합의금을 손에 넣었다.

이들의 범행은 황당하게도 제 발로 경찰서로 걸어 들어가면서 발각됐다.

한 택시 운전자가 합의금 처리를 해주지 않자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교통사고 처리를 요구했다.

경찰은 이들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겨 교통사고 CCTV 영상을 살펴보다 보험사기가 의심돼 수사를 벌였고 이들은 쇠고랑을 차게 됐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택시가 멈춰설 때 발목 등을 다친 것처럼 속여 합의금을 받은 혐의(보험사기방지 등 특별법 위반)로 A씨와 B(49)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택시에 탄 뒤 차량이 멈춰설 때 운전석 아래 발을 넣거나 좌석에 머리를 부딪쳐 다친 것처럼 꾸미는 수법으로 모두 20차례에 걸쳐 합의금 1천340만 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이 인명피해 사고로 벌점 누적, 면허정지 처분 등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 대구 서부경찰서는 택시가 멈춰설 때 발목 등을 다친 것처럼 속여 합의금을 받은 일당을 검거했다. 사진은 구속된 A씨가 택시가 멈춰설 때 고의로 앞 좌석에 머리를 박는 모습.
▲ 대구 서부경찰서는 택시가 멈춰설 때 발목 등을 다친 것처럼 속여 합의금을 받은 일당을 검거했다. 사진은 구속된 A씨가 택시가 멈춰설 때 고의로 앞 좌석에 머리를 박는 모습.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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