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시호
▲ 류시호
스페인 화가 고야와 소설가 세르반테스



류시호

시인·수필가

‘Hey! 너무 자랑스러워 하지마 / 그는 나 없이 살 수 없다고 말하면서/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알아 / Hey! 네가 자랑하길 좋아(중략) 이제 난 네 옆에 없는데/ 그들에게 나에 대해 뭐라고 할거니’ 스페인 라틴 스타일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Hey’이다. 젊은 시절 전 세계 여성 팬들의 가슴을 사로잡았던 Hey와 Crazy라는 노래는 누구나 즐겨 따라 불렀다. 스페인을 여행하며 마드리드와 가까워오니 이글레시아스 노래가 생각났다.

스페인을 여행 중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갔다. 유럽의 3대 미술관은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 그리고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을 꼽는다. 프라도 미술관에는 12세기부터 20세기까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엘그레코, 리베라, 무리요, 벨라스케스 등의 작품들이 있고, 그곳에서 스페인 대표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를 만났다.

고야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의 화가로 카를로스 4세의 수석 궁정화가였다. 그는 로코코 양식으로 귀족층의 화려한 초상화를 그렸고, 바로크 양식의 풍자적 에칭 판화집을 출판하였다. 그 후 난청과 국가의 정치상황에 대한 고통으로 말년에는 어두운 작품을 그렸다.

고야는 초기 작품들은 말년에 나타나는 어두운 화풍과는 대조적으로 산뜻하고 밝은 느낌을 주었다. 초기 특징은 ‘성 이시드로의 목장’에 잘 나타 나 있다. 성 이시드로의 축일을 기념하며 여가를 즐기고 있는 스페인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은 그 시대의 희망을 반영하였다. 잠시 로마로 갔던 고야는 마드리드로 돌아와서 귀족들의 섬세하고 화려한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이어 ‘돈키호테’의 고장 콘수에그라에 갔다. 라만차 평원의 바람을 가르는 풍차를 보면, 소설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생각난다. 이 소설은 라만차마을의 한 신사가 기사 이야기를 탐독한 후 정신이상을 일으켜 스스로 돈키호테라고 이름을 붙인다. 그 마을의 뚱보로 약간 둔한 편이지만 수지타산에 빠른 산초 판사를 데리고, 무사(武士)수업에 나가 모험을 겪는다. 그는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이 되어 기상천외한 사건을 일으킨다. 길을 가던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인이라 생각하여, 산초가 말리는데도 듣지 않고 습격해 들어간다. 그 결과 말과 함께 풍차의 날개에 떠받쳐 멀리 날아가 떨어져 버린다.

콘수에그라를 떠나면서 버스 차창으로 라만차 평원의 바람을 가르는 풍차를 바라보며 생각해보았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속 돈키호테가 400년이 흘렀지만, 우리도 가끔씩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라고 인용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서양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세상에서 많이 읽힌 책으로 유명하다.

프라도 미술관과 콘수에그라 풍차를 본 후 마드리드 시내로 왔다. 스페인의 유명한 가수 이글레시아스, 화가 고야와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삶들을 보면 느끼는 점이 크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고 하는데, 인생길에서 짊어지고 가는 짐도 여행길처럼 자유롭고, 가뿐하고, 단출하게 꾸려야겠다. 여행은 나에게 정신을 젊어지게 하고, 사람을 겸허하게 한다.

발달심리학자 대니얼 레빈슨은 ‘인생의 사계절’을 언급하면서 중년기를 가을에 비유하였다. 레빈슨은 아동과 청소년기는 봄, 성인기는 여름, 중년기는 가을, 그리고 노년기는 겨울을 나타낸다고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환절기가 있듯이 인생에도 전환기가 있다. 인생을 여행과 비교한다면, 평생 짊어지고 가는 짐도 여행길의 짐과 마찬가지로 고단하고 힘겨울 것이다. 부피보다 큰 인생의 짐은 누구나 지고 가야 한다.

여행을 통하여 또 다른 세상을 보았다. 우리 모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정의롭고, 용기 있게, 목표와 꿈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 날씨가 매서운 계절이다. 눈이 오면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눈썰매 등 가족들 대화의 창이 열린다. 눈 내리는 날의 고운 추억 생각하며, 가족 모두의 즐거운 삶을 위하여 노력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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