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의 맞은편 공간에는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인 반 기계 인간이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노진아 작가의 작품 ‘공진화(Coevolution)’다.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 2020 기억공작소Ⅰ 노진아 작가의 공진화가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노 작가는 작품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기계를 닮은 인간과, 인간을 닮아가는 기계들은 모두 그‘생명’이라는 경계 안과 밖에서 서로의 위치를 넘나들며 공진화하고 있다”며 “생명체가 되고자 꿈꾸며 자라나는 거대한 기계 가이아와, 금속으로 신체 부분을 바꾸며 사랑과 행복을 찾는 양찰 남편이 공존하는 이곳, ‘기억의 공작소’에서 관객들과 함께 그 해답을 구하는 여정을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관객이 ‘넌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가이아는 ‘난 아직은 기계지만, 곧 생명을 가지게 될 거야, 당신이 도와줘서 생명체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면 말이지’라고 답하는 식이다.
관객에게 자신의 존재 의미에 대해 묻거나 기계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 등 마치 사람처럼 대화를 나눈다.
가이아는 2002년부터 전통 조각과 뉴미디어를 접목해 관객과 인터랙션하는 대화형 인간 로봇을 제작해온 작가의 인터랙티브 설치 조각이다.
노진아 작가는 “가이아는 실시간으로 입력과 출력이 다채로운 고전적인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한다”며 “관객이 질문을 하면 그 질문을 외부 웹서버로 보내고, 질문-대답 사전을 검색해서 찾은 응답 내용을 다시 음성으로 합성해 가이아의 입을 통해 대답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의 정의를 시스템의 개념으로 보는 입장에서 생명을 가지고자하는 기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을 차용했다”며 “놀라운 속도로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는 인공생명체들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어느 순간 우리보다 더 크고 놀라운 신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노 작가의 작품은 기계가 끊임없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공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시간이 갈수록 기계를 닮은 인간과, 인간을 닮아가는 기계들은 모두 그‘생명’이라는 경계 안과 밖에서 서로의 위치를 넘나들며 공진화한다는 설명이다.
가이아를 통해 작가는 우리가 만들어낸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또 가이아의 맞은편 공간에 놓여진 작가의 또 다른 인터랙티브 조각인 ‘나의 양철 남편’은 스스로 기계화 돼 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남편과 아내 사이, 서로의 삶의 무게에 대한 단상들을 은유했다.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오는 3월29일까지다. 단 월요일 및 설 연휴 전시는 없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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