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 ‘다윗’이 ‘골리앗’ LH에게 고함

발행일 2020-03-16 14:18:2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역기업 ‘다윗’이 ‘골리앗’ LH에게 고함

이동군

군월드 대표

구약성서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 다윗과 커다란 체구를 가진 장군 골리앗의 이야기는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과감하게 맞서 승리를 쟁취한다는 이야기의 전형이다.

약자를 응원하는 게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임에도 우리는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험을 통한 결과는 성서 속 이야기나 우리 기대하고는 많이 다르다.

연구원들이 골리앗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다윗 쥐를 살펴보니 정상이 아니었다. 톡소플라스마라는 기생충에 감염된 것이었다. 쉽게말해 고양이에게 달려드는 쥐가 있을 순 있어도 결국 그건 쥐가 감염으로 인해 고양이를 다윗으로 착각한 것이며 그 결과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작은 건설기업을 운영하는 수많은 다윗 중 하나로 지내다 보니 각계각층의 숱한 골리앗을 많이 만나왔고 지금도 만나고 있다. 그 중에는 나름 합리적인 소수의 골리앗도 있는 반면 완력으로 누르려 드는 다수의 골리앗도 있다. 기생충에 감염 안된 다윗 기업으로 다수의 골리앗을 상대하기가 벅차다는 한계에 늘 부딪힌다.

힘든 와중에 재미난 것도 보게 된다. 완력을 가진 골리앗들은 자신 위에 또 다른 골리앗이 존재한다는 걸 망각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들은 영원히 골리앗이라고만 생각하지 다윗의 위치에 있다거나 내려가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생충에 감염된 쥐처럼 아래든 위든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일까지 가끔 있는 것 같다.

삼성전자 다음 간다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그 중 하나다.

2년여 동안 그들의 갖가지 불편부당에 시달려오면서 최근엔 그들의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 조차 무시하는 듯한 ‘감염된’ 행태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칼럼의 시각 편중화에 대한 고민도 했고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했다. 하지만 지역의 다윗건설사들과 자신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강제 수용당한 원주민들이 항상 맞닥뜨릴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용기를 냈다.

그 시발점 중 하나가 경산대임지구 공공주택사업이다. LH는 지금 터전을 잃은 원주민에게 300만 원 을 보상해 주고 2천만 원의 대토로 되팔려 하고 있다.

수성구 연호지구도 마찬가지. 이들은 몇 대에 걸쳐 그곳에 터를 잡아온 어르신들의 땅을 편입한 후 타 지역에 있는 임대 아파트에 들어가기를 권한다.

나아가 이들은 국토부 훈령과 국토부 의견으론 공급돼 마땅할 협의양도택지(협택)를 두고 “우리는 무서워 확인 못하니 국토부 답변을 전달해 달라”는 궤변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하기야 지역 건설업체나 원주민들도 눈에 안 들어오는 LH에게 국토부는 애시당초 성에 안찰 수도 있었을 것이다.

‘중소기업 재건’과 ‘과정의 평등’을 약속한 ‘실향민의 아들’인 대통령 의지조차 거스르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 중 하나가 턱없는 공시지가로 보상가를 책정해 재산권 침해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이것도 부족한지 양도로 인해 발생한 이익 세금마저 걷으려한다. 이것이야말로 중소기업 괴멸, 과정 말살 그리고 실향민 양산으로 치우치려는 공기업 LH의 단편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집없는 설움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앞세운 공공주택사업이 LH의 국토부에 대한 항명으로 향후 얽혀질 가능성도 더욱 높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국민보다 기업이 우선인 것 같은 이들을 보면 ‘대한민국 으뜸 공기업’이라는 유명(有名)이 무실(無失)해진 듯해 오히려 안타깝기까지 하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일용직 등 지역민 전부가 지금 코로나19에 어려워하고 있다.

거기에 우리와 같은 작은 지역 건설업체와 LH가 개발하는 공공택지지구에 편입된 원주민들은 LH의 귀를 닫은 행정으로 인해 하루하루 연명이 더 어렵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역행하고 국토부에 항명 중인 ‘골리앗’ LH의 행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끝까지 지켜볼 힘은 아직 남아있다.

작은 기업이지만 지역경제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한시라도 잊어본 적이 없다는 점과 어떻게든 내 땅을 지키겠다며 메아리없는 함성을 지르고 있는 개발지구내 원주민 어르신의 의지를 더해 더욱 두 눈 부릅뜰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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