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칼럼…위험사회의 새로운 희망, 공동체의 힘

발행일 2020-04-13 16:20:4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도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인적 교류, 물적 교류는 물론 국가 내 이동금지로 모든 세계가 갇힌 상태다. 감염 전파력이 너무 빨라 과거 신종플루나 메르스 사태와는 완전히 다르다.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만큼 전 세계적으로 두렵고 공포가 크다.

인간의 역사는 위험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의 위험은 주로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자연재해와 전쟁은 예측이 가능해졌고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이 큰 예측불가의 전염병이다. 전염병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지구촌으로 순식간에 확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데이터베이스와 인구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간은 위험을 두려워하는 존재다. 위험은 자기 스스로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비롯되는 원초적인 감정이다. 위험은 특정 집단이나 특정 국가, 지역에 국한 되는 것만은 아니다. 초국가적이며 계급을 초월한다. 위험성이 커지는 만큼 그 위험에 대처하는 일은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위험사회에서 개인의 힘만으로 이에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느 개인이 원전 폭발의 재앙에서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겠는가. 누가 현재와 같은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개인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동체 의식의 공유다. 공동체 의식이야말로 위험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백신 역할을 한다. 대구와 경북지역에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 사회가 보여준 공동체 의식은 대표적인 사례다.

하루에도 감염 확진환자가 수 백 명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을 발휘했다. 일부는 정부 보조를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험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금을 보냈다. 초등학교 학생은 저금통을 털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탰다. 의료봉사를 위해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의료인들이 몰려들었다. 신혼의 간호사도 있었다. 일부 단체에서는 불철주야 만든 마스크를 보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익숙한 고통이라고 해도 덜 아픈 것은 아니다. 지금의 위기가 그냥 위기로 끝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의 기존질서와 생활 모습을 상당부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사람들 간의 비대면 접촉이나 재택근무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소비활동도 나타날 것이다. 이런 모든 변화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의 자산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공동체 의식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일이다. 지금의 경우에서 보듯, 우리는 높은 국민의식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공동체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위기를 통해 우리는 '공동체 의식'이라는 새로운 발명품을 다시 찾아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한 국가의 역량은 단순히 국토면적, 자원의 보유량에 국한 되지 않는다.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동체 의식이다. 공동체 의식의 강약에 따라 한 국가의 잠재적 역량은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가 공동체 의식을 새로운 발명품으로 인식한다면 어떨까. 누가 뭐래도 위험사회 속에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공동체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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