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자연염색을 널리 알리고, 후학 양성으로 명맥 이어갈 것”

▲ 자연염색박물관 김지희 관장
▲ 자연염색박물관 김지희 관장
“가족들 옷 지을 천에 쪽이나 홍화물을 들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하얀 천을 풀물에 담갔다 널어놓으면 거짓말처럼 파랗게 변하는 게 그저 신기했어요. 또 그 쪽빛은 얼마나 처연하게 곱던지.”

자연염색박물관 김지희 관장이 대구 팔공산 자락에 박물관을 연 것은 대학에서 정년퇴직한 2005년 무렵이다. 일본에서 구해온 쪽씨와 홍화씨를 심었던 밭에 퇴직금을 털어 한옥식 건물을 지은 게 우리나라 최초의 염색전문박물관인 지금의 박물관이다.

김 관장이 자연염색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79년, 부교수 자격으로 일본에서 석사후 과정을 할 때였다고 한다. 귀국길에 쪽 씨 몇 알을 구해 가지고 온 그는 대구 외곽에 밭을 사 쪽 씨를 심었다. 푸른색을 내는 쪽과 함께 붉은색 염료 재료인 홍화도 심었다. “원래 쪽은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전통염색이 사라지면서 우리나라에는 그 흔하던 쪽 씨의 말그대로 씨가 말랐다”고 했다. 일본에서 가져왔지만 우리 쪽 씨라는 게 그의 설명.

본격적으로 염색의 길로 들어선 김 관장은 전국을 다니며 염색에 일가견이 있다는 할머니들을 직접 찾다 다녔다. 그는 “대부분 아흔이 넘은 분들이니 손수 염색 비법을 재연해 보여주시지는 못했다”며 “할머니들에게 몇 마디 ‘비법’을 듣고 돌아와 혼자서 실험을 반복했다. 5년이 걸려서야 겨우 자연염색법을 이론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연염색이 식음료와 약재는 물론 화장품, 우리가 입는 의상, 생활공예품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걸 넘어 인간의 정신과 창조력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도 지닌다고 설명한다. 또 누구나 편하게 우리 전통 염색을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박물관의 문을 항상 개방해 두고 있다면서 우리 전통 염색문화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보편화되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김 관장은 전통 자연염색 명맥유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16년 개설한 ‘자연염색 명인 아카데미’를 통해 염색 이수자와 전수자·전승자 과정의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나 혼자 알고 있다 끝나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자연염색의 명맥이 끊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걱정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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