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떠나는 LG전자와 ‘리쇼어링’

발행일 2020-05-21 17:27:2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등 세계 각국이 기업 유턴(리쇼어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면서 리쇼어링이 정책 우선순위가 됐다. 이런 가운데 LG전자가 구미의 TV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키로 해 대구·경북이 충격에 빠졌다. LG전자는 글로벌 TV시장에서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북도와 구미시로 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 아닐 수 없다. 이전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더라도 대통령까지 나서 리쇼어링을 독려하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한국 기업의 유턴,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LG전자의 TV 생산 라인 해외 이전 조치는 글로벌 TV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가격 경쟁이 갈수록 심화돼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임금은 한국의 15%~20%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리쇼어링에 목을 매고 있고 대통령까지 나서 리쇼어링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LG전자의 결정은 정부 방침에 정면 배치됨은 물론 정부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LG전자가 구미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LG전자는 2006년 디스플레이 공장을 파주로 이전 신설, 구미 시민들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 주었었다.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은 지난해 구미에 5천억 원을 투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속칭 구미형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정부 시책에 따른 것이다. 이것이 LG전자의 해외 공장 확장 투자에 따른 부담을 덜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LG전자의 TV 사업 부문 캄보디아 이전은 구미 시민의 뼈아픈 기억을 소환했다. 삼성과 LG 양대 기업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를 잃은 구미의 전자 산업 생태계가 일거에 붕괴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LG전자의 이번 사례는 기업은 경쟁력 강화 즉, 기업 생존이 가장 우선 가치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정부 리쇼어링 정책의 한계를 잘 보여준 셈이다.

한편에선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이 수도권 규제완화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리쇼어링의 핵심이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인데 이 경우 리쇼어링 기업 대부분이 여건과 환경이 좋은 수도권에 몰릴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리쇼어링 기업의 지방 유치는 확실한 당근책이 없이는 어렵다. 국내 유턴 기업이 지역으로 올 경우 교육과 의료, 주거 등 파격적인 혜택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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