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으로 인한 민원 공무원 피해 해마다 지속||무방비로 노출돼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 대구 중구청과 중부경찰서가 구청 민원실에서 민원서류 발급 또는 민원상담 중 발생할 수 있는 폭언․폭행 상황을 가정한 비상상황 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한 모습. 대구일보 DB
▲ 대구 중구청과 중부경찰서가 구청 민원실에서 민원서류 발급 또는 민원상담 중 발생할 수 있는 폭언․폭행 상황을 가정한 비상상황 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한 모습. 대구일보 DB




대구시와 구·군청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인들로 인해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의 인권 보호와 안전한 근무여건 조성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대구시와 8개 구‧군청에서 발생한 폭언‧욕설 및 성희롱, 협박, 폭행 등 악성 민원 발생 건수는 2018년 3천499건, 2019년 3천989건으로 1년 만에 1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화 민원이 2018년 2천768건에서 지난해 3천211건으로 16% 증가했고 대면 민원 또한 731건에서 778건으로 7%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공무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공무집행방해)으로 대구경찰에 검거된 인원은 2018년 556명, 2019년 545명으로 2년 연속 500명을 넘었다. 이 기간 구속된 이들만 40명에 이른다.

문제는 악성 민원의 강도가 날이 갈수록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무원들이 민원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해당 직원의 처벌 요구 및 보복성 정보공개 청구를 비롯해 주취 난동과 폭언·폭행까지 이어지는 악성 민원이 급증하는 추세다.

구·군청의 온라인 전자민원 게시판 등에도 각종 허가사항 관련 및 특정부서를 근거없이 폄훼하는 등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올리는 안하무인격 악성 민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정기적으로 악성 민원인 대처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일단 악성 민원인을 만나면 속수무책이라 해당 공무원들은 불안감과 우울증을 치유하기 위해 심리 상담까지 받는다는 것.

한 구청 관계자는 “해당 구청에서 해결할 수 없는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해 달라는 식의 악성 민원들은 모든 지자체에서 겪는 애로사항 중 하나”라며 “더 나은 친절·봉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민을 위해 무엇이든지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공직자 신분이기에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해도 맞대응 할 수 없어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영남대 사회학과 허창덕 교수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악성 민원이 권리인 것 처럼 행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쉬쉬하고 책임 소재에서 벗어나려는 사회적 풍토를 뿌리 뽑아야 한다. 상사들이 부당한 문제를 책임지고 이끌어줘야 하며 이를 뒷받침 할 실질적인 대응 체계나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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