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결과 확인, 수시지원의 첫 걸음

발행일 2020-08-09 14:09:5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입을 포함한 모든 선발과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실력’이다. 경쟁력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대입은 상대평가다. 대입 경쟁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비교할 기준이 필요하다. 비교 기준은 전년도 입시 결과이다.

수시 지원 전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지원하고 싶은, 또는 지원할 만한 대학들의 입시결과를 수집하는 일이다. 최근에는 대부분 대학이 입학처 홈페이지에 과거 입시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입시결과 자료는 간단한 설명과 단순 숫자로만 이뤄져 있는 경우가 많아 혼자 힘으로 이를 해석하는 게 쉽지 않다.

수시 지원 전략 수립을 앞둔 수험생들이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 입시결과를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 알아 본다.

◆대학별 입시 결과 ‘기준’ 확인해야

대학마다 입시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은 다르다. 국민대처럼 자체적으로 입시결과를 안내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숙명여대처럼 입학처 사이트에 ‘입시결과’ 카테고리를 구분해 전년도 입시결과를 업로드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후자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대학의 입시결과 자료를 볼 때 가장 먼저 해당 자료의 평균 내신 ‘기준’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대학은 입시결과 자료를 공개할 때 항상 해당 자료의 기준을 명시한다. 이 기준은 대체로 ‘최종합격자’ 또는 ‘전체합격자’로 구분된다.

국민대의 2020학년도 입시결과 자료를 보면 12명을 선발하는 한국역사학과의 전년도 경쟁률은 11.7대1이었으며, 예비번호 25번까지 합격했다. 이 모집단위 합격자의 학생부교과 평균 성적은 1.95이며 최고와 최저 성적은 각각 1.46과 2.26이다.

이를 해석하면 전년도 한국역사학과는 대략 140명이 지원했으며, 예비번호 25번까지 합격했으므로 140명 중 37등까지 합격을 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또 최저 학생부교과 평균 성적 2.26이라는 정보를 통해 37등의 학생부 교과 평균 등급은 2.26이었음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대의 입시결과 평균 내신 기준이 최종 등록자라는 점이다. 최종 등록자를 기준으로 삼는 건 국민대 외에도 대다수의 대학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최종 등록자를 기준으로 하는 자료이므로 국민대의 입시결과에는 1.46의 비교적 높은 내신 등급을 받은 학생 역시 국민대 한국역사학과에 최종 등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대의 경우 최종 등록자의 성적 분포도까지 제공하고 있어, 이를 통해 한국역사학과의 경우 1등급 중반대의 소수 인원과 더불어 대다수의 2등급 초반대 성적으로 합격자 성적이 구성되고 있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숙명여대의 경우 입시결과 내 평균 내신의 기준을 최종 등록자가 아닌, 최초 합격자가 포함된 전체 합격자로 삼고 있다.

전년도 숙명여대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한국어문학부는 8명 모집에 50명이 지원했다. 충원율을 보면 3차 충원까지 가 총 19명이 합격했으므로, 예비번호 19번까지 합격했음을 알 수 있다. 3차에서만 10명이 합격했으므로 2차까지 합격한 대부분의 학생이 등록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숙명여대는 최초 합격자가 포함된 전체 합격자를 평균 내신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므로, 전년도 한국어문학부 평균 내신인 ‘1,89’는 최초 합격자 8명과 충원 합격자 19명, 총 27명의 평균 내신이다.

◆ ‘통계’ 와 ‘평균’의 의미를 고민해야

입시결과를 확인할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은 입시결과 표현의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다. 실질적 경쟁 수준은 ‘최종합격자의 평균’이 가장 적절하고, 학교에 따라 ‘80% 컷’, ‘70% 컷’ 등을 공개한다면 참고해도 무방하다. 이때 ‘80% 컷’이란 전체 등록자 중 80%에 위치한 학생의 점수라는 뜻으로 10명을 모집하는 모집단위라면 최종 등록한 10명 중 8등의 성적이라는 뜻이다. 소수 모집단위의 경우 전체 등록자의 평균을 내면 지나치게 점수가 높거나 낮은 등록자들이 통계를 왜곡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80% 컷 점수 등이 더 정확한 입시결과일 수도 있다.

2020학년도 경희대 네오르네상스 전형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생물학과 합격자의 내신 분포는 1.8, 치의예과 합격자의 내신 분포는 1.9로 표기됐다. 그렇다면 경희대 생물학과는 치의예과보다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모집단위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생물학과는 아주 낮은 성적에서 합격한 소수의 수험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합격자가 1등급대에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치의예과는 2등급 이하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합격자가 있다. 내신 3등급 미만으로 치의예과에 합격하는 학생의 학생부를, ‘내신 등급’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이 두 모집단위는 상식적인 차원으로 생각해도 지원자의 풀이 다른 모집단위다.

◆입시결과의 유효성 검토

입시결과라는 통계는 매해 특정한 경향성을 갖는다. 교과전형이나 수능 위주의 정시 등 정량적인 요소가 크게 반영되는 전형은 심화된다. 이 경우엔 ‘평균’으로 표현되는 수치의 신뢰성이 더 높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과 그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학생 수는 매년 일정하게 유지되고, 학생들의 선호도나 지원 경향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변화하는 때가 있다. 대학의 전형 방법 변경이 있을 경우다.

동국대(경주) 의예과 교과전형의 경우 2019학년도에는 예비번호 30번까지 합격했음에도 1등급 극초반에서 점수가 형성됏다. 하지만 2020학년도에는 1등급 이상 합격자들의 내신 평균 등급이 떨어졌다. 이유는 동국대(경주) 의예과의 가장 큰 변화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의 변화에 있다.

2019학년도는 영어를 포함한 4개 영역 중 3개 과목의 합이 4였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학생은 전체 과학탐구 선택자의 6.3% 수준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20학년도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강화돼 이를 충족할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이 2.8%로 대폭 감소했다.

동국대(경주) 입학처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 해당 모집단위/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학생은 지원자의 14.4%였다. 지난해 동국대(경주) 의예과에는 총 188명이 지원했다. 이 중 14.4%라면 27명이다. 15명을 모집하는 곳에 27명만이 경쟁하게 됐으니 실질 경쟁률은 2대1이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예비번호 12번까지 모두 합격했으므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지원자 전원이 합격했다는 뜻이다. 동국대(경주) 의예과는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충족되면’ 내신 성적에 관계없이 모두 합격했다는 뜻이다.

합격자들의 ‘평균 등급’이 무엇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할 자신이 있다면, 내신 성적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입시결과를 확인할 때에는 그 데이터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전형 요소에 변화가 있거나 군 이동, 모집단위의 성격이나 크기 등이 대폭 변경됐다면 기존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함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입시결과는 대입 전략을 구상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결국 정보는 자신에게 맞게 해석돼야만 의미를 갖는다.

모든 정보는 알맞게 활용할 수 있어야 가치를 갖는다. 대입에서도 마찬가지다. 숫자로 표현된 입시결과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도움말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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