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환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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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환

대구시의원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들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우리’다. 우리나라, 우리 동네 등에선 구성원간의 연대의식을 느끼게 하며, 우리 아기, 우리 아들(딸), 우리 학생 등에서는 사회적 공동책임감을 자아내게 한다. 가장 오해를 하는 건 ‘우리 마누라’라는 표현이다. 미국인 친구 녀석은 “한국에도 미국처럼 와이프 스와핑을 하는 모양이지?”라고 의아해 했다. 독일의 여자 친구는 (아주 조심스럽게) “히틀러 당시 미녀 공유제처럼 한국에도 마누라 공유제가 있는 모양이지?”라고 각자 자기들의 민도에 맞춘 질문을 한다. 물론 그런 오해를 살 실마리를 고대역사 속에서 찾는다면 신라 및 고려시대 중앙관료들에게 딸이나 마누라를 접대했던 시숙(侍宿)이나, 춘향전에서처럼 조선시대 지방수령들이 수청을 요구하기는 했으나 이는 극소수의 개인적 일탈이었다. 미국이나 독일의 스와핑이나 공유제는 없었다.

‘우리 아기’는 아동양육에 대한 사회적 공동책임을 강조한 표현이다. 아프리카 부시먼들에겐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 심청전에서도 ‘동냥젖’ 풍속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6·25전쟁 뒤 시골에서도 새벽잠이 없으신 존경 받는 마을의 어르신은 동네를 한 바퀴 돌고나서 아침때꺼리가 없어서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집, 몸이 아파서 밤새 보채는 아이들의 울음소리, 아침 빈속에 나타나는 입덧이하는 이웃집 며느리들까지 파악했고, 집사람을 통해 약 혹은 먹거리를 남모르게 도왔다.

‘우리 마누라’라는 국난극복사의 철학이다. 987번의 전쟁과 4천여 회의 왜구침입으로 ‘전리품 제1호(여자)’로 여겼던 그들에게 “우리 모두가 외침으로부터 아내를 지키자”는 공동책임의식이다. 시련과 아픔의 역사 속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생존비결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마누라를 껴안고 잠자는 민족은 지구상에서 한민족뿐이다. 잦은 침략에서 소중한 아내를 지켜내고자 했던 애절한 풍속이다.

‘우리연대’는 우리나라의 국난극복에 원동력이 됐다.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한말일제침략 때 ‘우리연대’의 구국운동인 의병활동은 항일투쟁과 독립운동의 기반이 됐고, 나라의 어려움을 우리 스스로 극복하자는 연대와 협력의 정신은 오늘날 코로나19사태 속에서 국가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의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는 공동체의 안녕을 함께 도모하려는 ‘우리’만의 방역 무기이고, 저력인 것이다!

C19 대응의 성공 사례로 손꼽는 ‘케이방역’에 대해 ‘한국인, 그들의 취미와 주특기는 국난극복이다. 우리는 그들이 부럽기만 하다’라는 외국 언론의 익살도 있었다. 금년도 2월과 3월에 대구가 C19 핫스팟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으나 “우리가 남이가?”라는 합심으로 보라는 듯이 깔끔히 극복했다. 최근 8월~15일 지역발생 확진자 0명을 14일간 지속한 철통방역을 해왔다. 앞으로 닥칠지 모를 제2의 펜데믹을 대비해 대구특유의 ‘우리 의식’이라는 예리한 칼날로 C19를 몇 번이고 동강내어 ‘C19 대구무덤’을 만들자!



이창재 기자 lc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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