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0일까지, ‘Landscape with curtain’, ‘Walk’ 등 25점의
삶에 대한 인식과 현실에 직면한 감정을 풍경이나 자연이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자서전을 써내려가듯 시각화하는 서양화가 박경아 개인전이 11월20일까지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 우손갤러리에서 열린다.
‘In the middle of the forest’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Landscape with curtain’, ‘Schweigsam 침묵하는’, ‘Walk’ 등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박경아 작가는 최근 들어 자연과 추상 사이에 존재하는 회화적 공간에 매료돼 작품의 대상으로 활용한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득한 숲의 형상을 묘사하는 일련의 작품에서는 창문이라는 시각과 통찰을 상징하는 감각기관을 경계로 내부와 외부로 구별된 모호한 두 공간이 마치 개인의 삶과 현실적 운명 사이의 비극적 거리를 암시한다.
지난 몇 년에 걸쳐 박경아 작가는 대상의 구체성이 사라지고 즉흥적인 선의 움직임과 생동감 넘치는 색채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형태의 추상적 어휘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는 “화면에서 대상성이 사라진 것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대상을 통해 은유적으로 암시되는 인식의 세계이지 대상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라며 “인식의 범위가 강조될수록 대상성이 흐려지고 모호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의 구체성이 사라진 그의 그림은 정서적 강렬함과 지적인 단호함이 강조된 복합적인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 ‘Walk 워크’ 시리즈는 어떠한 형식이나 목적을 정해놓고 접근하는 방식이 아닌 마치 삶의 실제 순간에 대응하고 부유하는 인생이라는 ‘숲속을 걷는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그리고 숲은 숲 그 자체의 해석이 아닌 그 숲속을 걷고 있는 주체의 인식에 의해 그 경로가 탐색된다.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난 박경아 작가는 영남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1998년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후 2007년까지 독일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우손갤러리 이은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체계적으로 회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작품의 흐름 속에서 작품 전반에 걸쳐 함축적으로 내재한 작가의 숨겨진 미적 개념의 정체를 찾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