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강박증 지원 놓고 대구 동구청·의회 대립각…신경전 속 원안 부결

발행일 2020-10-13 15:57:2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3일 동구 저장강박증 지원 조례 놓고 동구청 재의안 신청

신경전 속 원안 부결, 시대착오적인 행정 비판 목소리도

13일 오전 대구 동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제303회 대구 동구의회 임시회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집 안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저장강박증 의심 가구 지원을 놓고 대구 동구청과 동구의회가 정면충돌하는 모습이다.

13일 대구 동구청 본회의장에서는 제303회 대구 동구의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렸다.

이날은 동구청이 지난 6월 동구의회에서 이례적으로 만장일치로 통과됐던 ‘동구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재의의 건을 상정해 이목이 집중됐다.

해당 조례안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저장강박증으로 인해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주거환경에 노출된 구민을 돕기 위해 지원 대상과 내용 등을 명문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동구청은 반발하며 조례안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조례에서 ‘저장강박 의심가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판단하는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저장강박증 의심가구의 인정단계에서 전문가의 진단 없이 집행부가 판단하는 것은 전문성, 객관성 등을 담보할 수 없다. 특히 본인의 의사에 반해 저장물 등을 수거하는 경우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게 구청 입장이다.

또 ‘저장물 폐기 혹은 수거 시 가족의 동의를 받을 수 있다’ 부문에서 행복추구권 및 자기결정권이 침해돼 법정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동구청 관계자는 “저장강박증 의심 가구 지원에서 행정상 강제집행이 필수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제한을 수반하므로 법적 위반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반면 동구의회는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평소 ‘적극행정’을 입에 달고 사는 동구청이 이번 조례에서 개인재산권 등을 문제 삼은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저장강박증 지원 조례는 2년 전 부산 북구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 2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등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조례를 상정했던 동구의회 오말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실제 시행 중인 22개 지자체에 문의한 결과, 해당 조례로 인한 법적 다툼은 한 건도 없었다”며 “이번 사태는 배기철 동구청장의 평소 복지에 대한 마인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행부와 의회의 신경전 끝에 치러진 투표 결과 찬성 8표, 반대 0표, 기권 8표가 나왔다. 재의안이 재적 의원 16명의 과반수를 얻어 해당 조례안은 최종 부결됐다.

조례안을 발의한 구의원은 조례안 재상정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와 관련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구청 관계자는 “해당 조례안의 취지는 좋았지만 불완전한 부분이 있어 재의를 요청한 것”이라며 “저장강박증 의심 가구와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