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 사이 세상... 더 많은 부린이 주린이 낳아 ||요린이에게 친절한 TV 속 같

▲ 윤정혜
▲ 윤정혜
윤정혜

경제사회부 부장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을 일컬어 ‘요린이’라 한다. 요리와 어린이를 합친 말로 온라인에서 퍼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TV 예능프로그램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요린이’들은 요리를 연구하는 인기 방송인의 설명에 따라 서툰 솜씨로 칼질을 하고 양념을 하고 불을 조절하며 음식을 한다. 새카맣게 태우기 일쑤였던 요리솜씨는 어느새 조리과정이 제법 복잡한 제육볶음을 만드는 데까지 발전하게 된다.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고, 문제가 생겼을때 즉각 대안을 내놓고 끌어주는 진행자가 있어 가능하다.

요린이와 같은 맥락에서 부동산 초보는 ‘부린이’, 주식 초보는 ‘주린이’라 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린이’로 자신을 소개한 이가 다른 회원들에게 부동산 정책을 묻고 투자 지역을 추천 받는다.

자신을 ‘주린이’로 소개한 이는 마이너스 대출 규모와 이에 따른 이자나 수익을 따져보면서 공모주에 얼마를 넣으면 될지 투자금액까지 상세히 묻고 있다.

투자 초보들이 너도나도 덤벼드는 시국이다.

돈 되겠다 싶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영끌’ 투자,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세태가 심각하다.

올해 금융권의 신용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치까지 오른 게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만 해도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128조8천억 원을 넘겼다. 한달 전보다 2조4천억 원이 추가로 늘었다.

가계대출 규모도 마찬가지다. 증가폭이 줄었다고 하지만

상당부분 빚투용 영끌용 자금으로 해석된다.

대박 공모주 열풍과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부동산 소식은 더 많은 ‘부린이’ ‘주린이’를 낳게 한다.

부동산은 그야말로 불장이다.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두고 부동산업계는 ‘불장’이라 부르는 데 투자 열기가 그 만큼 뜨겁다는 의미다.

자고 일어나면 몇천씩 오른다는 말이 과장만은 아니다. 이런 소식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타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산되고 재생산되고 있다.

‘부린이’마저 들썩이게 할 소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열의 징후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모습’으로 보는데 지금이 딱 그렇다. 그렇다한들 자고 일어나면 또 오르고 올라 쉽게 조언하기도 어렵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에 관심없는 사람들마저 스스로를 부린이 주린이라 부르며 투기와 투자사이 아슬한 세상속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현실의 부린이 주린이에겐 친절한 백종원 아저씨가 없다는 점이고, 그럼에도 이러한 세상 속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월급 꼬박꼬박 모으며 성실히 살아가는 다수의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박탈감을 줄 수 밖에 없는 지금의 불장. 부동산블루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글 하나를 소개한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과 정책에 시사점을 던지는 말이다.

‘평생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좌우명 삼아 최선을 다했다. 노력으로 집 살 수 있는 사회로 돌아가게 해 달라.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 걱정에 한 푼이라도 아끼라고 손주 돌봐주시는 부모님의 늙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럼에도 집값이 오르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낀다. 결혼하고 빚이 무서워 전세로 시작했던 순간의 선택이 좌절감을 가져올 지 몰랐다. 이렇게 일하며 아이를 돌보지도 못하는데, 부동산으로 돈 벌어서 아이에게 좋은 것 사주는 게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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