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때마다 친원전-반원전 대립 가능성||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가 당면 과제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민낯이 드러났다. 월성원전 1호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결과는 힘으로 밀어붙인 탈원전의 한 단면이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폐쇄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을 지나치게 저평가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폐쇄의 가장 큰 이유인 경제성이 조작됐다는 것이다. 탈원전은 그 동안 국민적 공감대가 결여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무리한 추진 과정이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월성 1호기는 예정보다 3년이나 앞서 영구 폐쇄됐다. 탈원전을 본격화하기 위해 멀쩡한 원전을 고철로 만든 것에 다름 아니다. 원전을 한국처럼 40년도 쓰지않고 폐기하는 국가는 찾기 어렵다. 미국의 원전 수명은 한국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폐쇄 때마다 친원전-반원전 대립 가능성

탈원전 정책은 월성 1호기 감사결과 발표 이후 신뢰기반 자체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국내 원전은 총 10기(경북 5기)에 이른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수명 연장없이 폐쇄해 나갈 방침이다. 그때마다 ‘친원전’과 ‘반원전’ 국민의 갈등과 대립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대통령 공약에 맞추기 위해 나온 무리수다. 산자부, 한수원 등의 경제성 조작과 은폐 시도의 몸통을 밝혀내야 한다. 감사는 끝났지만 국민적 의혹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경북은 탈원전의 최대 피해지역이다. 국가 발전산업을 선도해 왔다는 자부심이 한순간 바닥으로 추락했다. 원전산업 발전을 위해 건설부지를 내주며 협조한 공로는 간 곳이 없다. 정부가 지정한 ‘기피산업’의 집합처가 됐다. 대한민국 원전의 메카가 애물단지를 모아놓은 지역으로 전락한 것이다.

경제적 타격은 말할 것도 없다. 월성 1호기 가동 중지에 따른 지역 고용감소는 연인원 32만 명에 달한다. 피해 금액은 2조8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경북에는 총 24기의 국내 원전 중 절반 가까운 11기가 가동 중이다. 또 2기(울진 신한울 1·2호기)는 곧 완공 예정이다. 그러나 4기(신한울 3·4호기, 영덕 천지 1·2호기)는 건설이 중지되거나 아예 백지화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이후 경북도, 경주시 등 관련 지자체가 긴급 대응팀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월성 1호기는 이미 폐쇄 절차가 상당히 진행됐고, 10년 연장 수명이 2022년 만료된다. 정부 방침이 아니더라도 재가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은 지역과 지역민이 입은 피해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신들을 이용만 했다는 경주시민의 절규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정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피해 보전을 외면해선 안된다. 정치권도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가 당면 과제

울진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재개도 시급하다. 건설재개를 논의할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요구해야 한다. 공사중지 결정 과정에 월성 1호기와 같은 외압이 있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신한울 3·4호기는 공정률 10%에서 중지됐다. 두산중공업이 원자로·증기 발생기 등의 제작에 착수했다. 건설 중단이 확정되면 1조 원 이상의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신한울 3·4호기, 영덕 천지 1·2호기 건설이 모두 백지화되면 지역의 피해는 5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탈원전 이후 정부가 추진한 원전해체연구소 건립에서도 경북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본원은 부산·울산 접경지역에 건립돼 경수로를 취급하게 된다. 경주에는 중수로를 취급하는 분원이 건설될 뿐이다. 국내 원전은 경수로가 주종이다. 경주 분원의 취급 대상인 중수로는 4기(월성 1~4호기)에 불과하다.

원전해체 산업은 글로벌 시장 선점을 겨냥해 육성된다. 하지만 활성화 시기와 물량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탈원전은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리의 원전산업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탈원전이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을 외면해선 안된다. 월성 1호기 감사 결과는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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