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유석 경북도의사회장
▲ 장유석 경북도의사회장


-장유석 경북도의사회장





경북은 물론 대구의 환자들이 무작정 수도권의 유명 대형병원을 찾는 일은 어제오늘의 상황이 아니다.

이로 인한 지역제 손실은 천문학적이라는 사실은 여러 통계와 조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환자들이 서울 ‘빅5 병원’으로 원정진료를 떠나 발생하는 진료비는 지역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정도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 환자 중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은 인원은 42만5천 명으로 2018년에 비해 4천 명 증가하는 등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북은 지난해 전체 환자 대비 수도권 진료 비율이 11.4%로 환자 9명 중 1명꼴이었다.

수도권 진료비도 2018년 651억 원에서 지난해 726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수도권 병원으로의 이동시간과 경비, 숙박비 등을 포함하면 환자 역외 유출로 인한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가속화돼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같은 수도권 역외유출 현상을 방치한다면 경북의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고 동네 병·의원의 고사도 시간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경북의 의료 인프라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구의 우수한 인프라와 경북의 많은 의료 수요를 결합해 대구·경북을 하나의 의료 권역으로 만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현재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대구·경북의 행정 통합에 맞춰 대구·경북 의료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내년 6월께 행정통합 찬반 여부를 묻는 시·도민 투표를 진행하며, 이 결과에 따라 2022년 지방선거를 초대 통합 수장을 선출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또 시·도민 행정통합 공론화를 위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 위원회’를 출범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경북도는 기원전부터 삼한의 하나인 진한이 자리 잡은 곳이다.

삼국을 통일해 천년 왕조와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신라의 본토였다.

고려 충숙왕 원년인 1314년에 처음으로 경상도로 불려졌다.

조선조 고종 33년인 1896년 13도로 재편되면서 경상북도로 명칭이 바꿨다.

1914년에는 부·군·면의 조정이 이뤄지면서 오늘 날의 행정구역이 형성된 것.

또 1981년 7월1일 경북도에 포함된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경북도와 분리된 후 1995년 1월1일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대구광역시’로 개칭됐다.





하지만 대구와 경북은 뿌리가 하나인 형제 도시다.

그래서 대구와 경북을 분리해서 이야기하는 게 쉽지 않다.

영남을 중심으로 경상도가 형성된 이후 조선시대에 경상감영이 대구로 옮겨지면서 지역의 중심지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1896년에는 13도제가 실시되면서 대구와 지금의 경북도가 처음으로 한 권역으로 묶인 이후 오랫동안 교류와 접촉이 이어져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연결성 및 유사성이 매우 높아졌다.







의료분야를 살펴보자.

대구에는 경북대의대, 계명대의대, 영남대의대, 대구가톨릭대의대가 있다.

경북에도 동국대의대가 있어 대구와 경북에는 모두 5개의 의과대학에서 의사를 배출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 대부분은 대구와 경북에서 환자를 진료한다.

의사들은 대구에서 개원하다가 경북으로 옮기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빈번하다.



결국 대구와 경북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의료 권역이라는 것이다.



의료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통해 스승과 제자로서, 또 의료계의 경쟁자로서, 선후배로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구·경북의 의료를 책임지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진 지난 2~3월을 생각해보면 아찔한 순간이 한두 번 벌어진 게 아니었다.

대구의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대구의료가 마비될 지경이었고, 경북의 응급환자나 중증환자는 물론 코로나 확진자마저도 대구의 병원의 이용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경북의 코로나 중증환자가 대구와 경북에서 진료 받지 못하고 서울과 충청도, 전라도로 이송된 것이다.

다행히도 당시 경북지역에서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해 대구의 코로나 환자를 수용하는 등의 의료지원체계를 구축해 최악의 의료대란은 피할 수 있었다.

물론 현재는 환자분류, 입·퇴원 시스템, 치료체계 등이 개편돼 당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됐다.





특히 대구·경북의 환자들이 서울의 빅5 병원으로 불리는 대형병원으로 원정진료를 떠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다.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빅 5병원 진료비는 4조6천531억 원에 달한다.

전체 진료비 대비 빅5 병원 진료비 점유율도 6%까지 치솟았다.

2019년 10월 기준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경북 인구는 266만6천72명인데 이중 10만3천948명의 환자가 수도권 진료를 받았다.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은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의 환자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 유출은 지역 대형병원에게도 타격을 주며, 이는 지역 중소병원과 동네의원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환자쏠림을 방치한다면 지역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중소 의료기관이 언제 고사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이처럼 대구·경북의 의료가 위기를 맞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행정통합과 함께 의료통합을 논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우수한 인프라와 경북의 많은 의료 수요를 결합해 대구·경북을 하나의 의료 권역으로 만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다.

그래서 현재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대구·경북의 행정 통합에 맞춰 대구·경북 의료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 의료기관의 서비스 수준을 상향 평준화시켜야 한다.

또 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선호 인식 전환, 지역 1·2차 의료기관의 특성화를 통한 차별화, 고령사회에 맞는 만성질환 관리 체계 구축을 통한 1차 의료기관의 활성화 등이다.

이를 통해서 올바른 의료전달체계가 정착돼야 대구·경북의 의료통합이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대구·경북의 행정 통합과 함께 의료 통합까지 이뤄진다면 더욱 향상된 의료전달 체계를 통해 모두 4천121개소의 의료기관(치과, 한방 제외)과 1만여 명의 의사 회원(치과의사, 한의사 제외)이 힘을 모아 우수한 인력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로 인한 혜택은 대구·경북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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