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 가덕도신공항, 기다리면 다 해결되나

발행일 2020-12-17 13:42:2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온 나라가 공수처 문제로 야단법석인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는 정작 중요한 가덕도신공항 문제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부산시를 중심으로 한 PK지역 지방정부와 민주당은 큰소리 내지 않고 일을 진행해 가는 모습이다.

이달 초 민주당과 PK 단체장들이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결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국 14개 지방광역의회 의장단이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지 선언을 하며 세를 결집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물밑에서는 심도 있는 대책을 강구 중일 것이라 믿지만 어쨌든 겉으로 보이는 대응을 보면 지방정부는 자체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 같고 지역정치권은 공수처에만 전력을 쏟는 듯하다.

특히 지역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민주당의 영남민심 갈라치기에 말려들 것 없이 정부 최종입장을 보고 대응하자는 말은 일견 맞는 말 같긴 한데 왠지 미덥다기보단 불안 불안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달 7일 부산시의회에서는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인천시의회를 뺀 14개 지방광역의회 의장단이 모여 ‘가덕도신공항 지지 선포식’을 해 대구·경북 민심에 화를 돋웠다. 여러 지자체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현안에 제삼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한쪽을 편드는 집단성명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고, 더구나 그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상 전원이 민주당 소속이었기에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짐작되는 바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 같은 소식에 당장 그날 오후,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가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14개 시도의회 의장들이 명분 없이 (가덕도신공항) 지지를 선언한 처사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력히 비판했지만, 그게 대세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지난 1일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 및 상공회의소 회장들과 화상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이다.

민주당과 PK 지방정부의 이 같은 발 빠른 움직임 속에, 대구시가 김해신공항 문제에 법률적 대응을 한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또 반가운 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교통전문가들이 김해신공항 재검토와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는 보도이다.

대구시는 최근 권영진 시장의 지시로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를 상대로 감사원감사나 공익감사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해신공항검증위의 재검토 결론 도출 과정에서 법률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고, 가덕도신공항 추진과 관련해서는 절차적 정당성 여부를 법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이다.

또 교통전문가와 전공자 등 4천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대한교통학회에서 최근 영남권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긴급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김해신공항의 검증위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65% 나왔고,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추진에 대해서는 76%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치적 상황’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두 사안을 부정적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로 각각 꼽았다.

현재 지역정치권은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일단 국토부가 내놓을 최종 결론을 지켜보고 거기에 따라 대응하자는 게 대체적 분위기인 것 같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류성걸(대구동갑) 의원의 ‘국토부의 입장을 압박해야 한다’거나 국토부 차관을 거친 김희국(군위의성청송영덕) 의원의 ‘검증위에서 하는 발표를 두고 TK 정치권이 반응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는 발언 등이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물론 지역정치권의 의도대로 정부만 몰아붙여 가덕도신공항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실제로 일이 그렇게 될지 낙관하기에는 불확실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리한 여론을 뒤바꿀 수 있는 호재임이 분명한데 과연 민주당에서, 그리고 PK 지방정부에서 쉽게 포기하겠느냔 점이다.

그렇다면 지역 정치권도 더 엄중하게 상황 인식을 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부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가 그사이 PK 지방정부와 민주당, 그리고 정부까지 손발을 맞춰 특별법을 처리할 경우 그때 가선 뭘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래서 지역정치권이 지금 기다릴 일만은 아니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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