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 총알받이가 돼야 하나, 대출원리금과 임대료가 같이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올라왔다. 이에 화답하듯 대통령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 또는 금지되는 경우,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고 언급했다.

이를 국회에서 이동주 의원이 이른바 ‘임대차멈춤법’으로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임대차멈춤법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으로 상가에 집합금지가 있을 경우 건물주는 그 기간 동안 임대료를 받을 수 없고, 집합제한이 있을 경우 현 임대료의 절반까지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착한 임대인 운동이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이었고 임대인에 대한 세제혜택마저 실효성이 떨어져 시들해진 상태다.

국민 청원과 대통령의 발언 그리고 임대료멈춤법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아마 이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 해법에 대한 생각은 반드시 같지 않다. 임대료멈춤법은 임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임차인 편을 듦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다분하다. 임대인이 코로나 팬데믹의 원인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수익자도 아닌데 부담을 강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굳이 그 원인자를 찾는다면 중국정부이거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상륙을 막지 못한 우리 정부일 것이고 억지춘향 격으로 그 수익자를 찾는다면 마스크업자이거나 배달업자일 것이다. 논란이 있겠지만 그 원인자에게 피해를 부담시키거나 그 수익자에게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임대료멈춤법보단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 헌법은 재산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재산권을 제도로서 보장할 뿐만 아니라 자유권적 기본권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따라서 공공복리 차원에서 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고, 비록 공용침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정당한 보상을 실시해야 한다. 이 부분에 주목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불똥도 공용침해와 손실보상의 법리로 풀어가는 것이 무난할 수 있다.

작금의 팬데믹 상황에 대응해 국가가 공공복리 목적으로 집합금지나 집합제한을 했다면 공용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집합금지나 집합제한으로 인해 상가를 임차해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입은 피해를 국가가 직접 보상하는 것이 맞는다. 손실보상의 법적 요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공공필요 목적으로 공권력에 의한 적법한 재산권 침해가 존재하며, 그러한 침해가 특별한 희생에 해당하고, 손실보상을 실행할 관련 법규가 잘 정비돼 있다는 것이 그 논거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을 차단하는 목적은 명확하게 공공필요에 해당하고, 집합금지와 집합제한은 행정명령이므로 공권력의 행사이다. 그로 인해 고객이 원천 차단돼 수익이 없어지거나 감소하는 것은 재산적 침해의 결과이다. 집합금지나 집합제한이란 행정명령은 실체적 절차적으로 적법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공용침해는 일상적인 침해강도를 넘는 수인할 수 없는 특별한 희생이다. 마지막으로 공용침해로 인한 손실보상에 관한 법규의 존재가 현실적 실행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서도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을 원용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 손실액의 평가는 영업 손실액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감정평가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비용을 절약하려 한다면 계산식을 활용한 모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집합금지로 인한 영업 손실 평가 모형과 집합제한으로 인한 영업 손실 평가 모형을 업종별로 각각 개발한다면 각 사례마다 침해기간과 같은 외생변수만 바꿔주는 것만으로 단기간에 효율적인 대량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이는 정밀성과 개별성은 비록 떨어지겠지만 비전문가가 저비용으로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제도와 시스템을 준비해 뒀다가 문제가 불거지면 즉시 대응해야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고나 재난이 발생하고 난 후,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다가 표피적 증상만 보고서 감정 과잉 상태에서 선의만 앞세운 땜질 처방만 내놔서는 판판이 낭패를 본다. 값싼 감상에 휘둘리는 아마추어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복지를 지켜낼 수 없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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