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 테마전시 ‘떴다! 지배자’ 내년 2월21일까지||경북 경산 양지리 출토 진

▲ 경북 경산 양지리에 있는 2천 년 전 무덤에서 인골과 치아 등이 출토됐다. 사진은 경산 양지리 1호 널무덤
▲ 경북 경산 양지리에 있는 2천 년 전 무덤에서 인골과 치아 등이 출토됐다. 사진은 경산 양지리 1호 널무덤
기원전 1세기~기원 전후 한반도 남부를 지배한 진한 소국 왕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옻칠한 무기갖춤 등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세기 이래 발굴된 삼국시대 이전 출토품들 가운데 단연 최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국보급 유물이 2천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2017년 경북 경산시 하양읍 양지리 택지개발터에서 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유물들의 주인은 20대 남성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원전 진한 소국의 실체를 세상에 알린 이 유물들은 한반도 남부 일대 소국들이 강력한 정치체제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독창적 문화와 교역망을 갖고 있었음을 실증한다는 분석이다.

2천 년 전 경산 일대에서 번성했던 진한 권력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테마전시 ‘떴다! 지배자-새로 찾은 이천 년 전 경산 양지리 널무덤’이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 죽은이의 허리 부근 아래에 판 구덩이(요갱)에서 발견된 청동 투겁창
▲ 죽은이의 허리 부근 아래에 판 구덩이(요갱)에서 발견된 청동 투겁창
내년 2월2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테마전은 지난 2017년 각종 금속무기, 옻칠제품, 중국산 거울 등 다양한 부장품이 온전히 쏟아져 나와 고고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던 경산 양지리 유적 1호 널무덤 자료를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3년 간의 보존 처리와 정식 보고를 마친 2천 년 전 진한 소국의 유물이 일반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전시는 모두 3부로 나눠 진행된다.

1부 ‘양지리 널무덤을 통해 본 진한 사회 이모저모’에서는 발굴조사와 출토유물 연구를 통해 밝혀진 진한 사회의 여러 모습을 소개한다. 널무덤의 주인이 성장기에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20대 남성이었다는 사실과 여름 과일인 복숭아씨와 참외씨가 발견돼 무덤이 만들어진 계절이 여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밝혀낸 과정들이 소개된다.

2부 ‘1호 널무덤 유물 갖춤새’에서는 널무덤의 축조과정과 무덤 주인공을 위해 함께 껴묻은 각종 물품들을 소개한다. 구덩이를 파기 시작해 봉분을 쌓아 마무리하기까지 장례 과정별로 죽은이에게 공헌한 귀한 물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철검과 청동검 각각 두 자루씩 모두 네 자루를 옻칠한 칼집과 함께 넣어뒀으며, 당시 대외교역의 산물인 중국거울 3매도 함께 묻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귀했던 쇠도끼 수십 매를 넣어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청동단추, 허리띠버클, 부채 등과 함께 넣어둔 토기 생김새와 전한(前漢)시대 거울로 미뤄 서력기원을 전후한 시점에 조성된 무덤이라는 것이 박물관의 설명이다.

▲ 1호 널무덤 요갱출토 옻칠한 쇠꺾창집. 오수전 26개를 붙였다.
▲ 1호 널무덤 요갱출토 옻칠한 쇠꺾창집. 오수전 26개를 붙였다.
3부 ‘요갱에서 찾아낸 보물’에서는 죽은이의 허리춤에 만들어 놓은 구덩이에 묻어둔 금속 무기류를 조명한다.

옻칠한 투겁창집에 꽂힌 채 발견된 두 자루의 청동투겁창(나무자루에 끼우는 창)은 한반도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다. 특히 중국 동전인 오수전 26개를 부착해 장식한 옻칠한 쇠꺾창집 역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것으로 모두 무덤 주인공의 생전 사회적 위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립대구박물관 김민철 학예연구사는 “경산 양지리 1호 널무덤의 유물 갖춤새는 이미 알려진 진·변한 지역 우두머리급 널무덤과 견주어 손색없을 만큼 출토 유물의 질과 양이 그 당시 사회의 최고 지배자 면모를 보여준다”며 “이번 조사·연구성과의 공개가 우리나라 고대 사회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 1호 널무덤에서 출토된 전한(前漢)시대 글씨가 새겨진 거울
▲ 1호 널무덤에서 출토된 전한(前漢)시대 글씨가 새겨진 거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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