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대구스포츠단<1>여자자전거팀

발행일 2021-01-12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으라차차!’ 대구스포츠단<1>여자자전거팀

대구스포츠단 소속 여자자전거팀 선수들이 지난해 열린 KBS 양양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경기를 뛰고 있다.
지역에는 21개의 대구시청 소속 직장운동경기부(이하 대구스포츠단)가 존재한다.

실업팀이라고도 불리는 직장운동경기부는 선수가 직장 소속으로 근무하며 운동하는 스포츠 단체를 의미한다.

대구스포츠단에는 △근대5종 △농구 △레슬링 △롤러 △마라톤 △배구 △볼링 △세팍타크로 △소프트볼 △수영 △스쿼시 △요트 △우슈 △유도 △육상(트랙필드) △자전거 △조정 △철인3종 △테니스 △펜싱 △핸드볼이 있다.

인기 있는 종목부터 평소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종목까지 다양하지만 소속 선수들은 각 분야에서 대구를 빛내기 위해 오늘도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대구스포츠단의 각 팀이 지닌 저력과 열정에 대해 들여다보자.

단체추발이라는 종목에서 자전거팀이 선전하고 있는 모습.
◆국내 최강팀으로 통하다

대구스포츠단 소속의 여자자전거팀은 한마디로 ‘국내 최강’이다.

전국 대회에 출전하면 매번 우승을 거머쥐고 한 해 평균 7~8개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팀이다.

특히 매년 8월에 열리는 ‘8·15 경축 전국 사이클 선수권대회’에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한 해를 제외하고 종합 우승을 연달아 달성하면서 전국 최고의 자전거 직장운동경기부로 통한다.

자전거 종목은 트랙, 도로, 산악자전거(MTB), 자전거 모터크로스(BMX) 4가지로 나뉜다.

자전거팀은 이 중 트랙과 도로를 주 종목으로 두고 있는데 종목별 단·중·장거리를 가리지 않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전거팀의 또다른 특징은 선수 육성 시스템이다.

모든 스포츠팀은 좋은 선수를 영입해 성적을 거두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전거팀에게 이 방법은 조금 거리감이 있다.

자전거팀의 영입 리스트에는 성장 가능성이 있거나 평범하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 있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지도를 통해 정상급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육성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육성 시스템의 효과는 입증됐다.

타 팀에서 슬럼프를 겪어 퇴출된 선수나 스카우트 되지 못해 운동을 포기하려던 고교 3학년 등을 영입해 국내 정상급 선수로 탈바꿈시킨 사례들이 부지기수다.

주장 최슬기가 금메달을 따낸 지난해 8·15 경축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김형일 감독이 선수와 함께 뛰며 응원하고 있다.
대구스포츠단 여자자전거팀은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왼쪽부터 김형일 감독, 김원경, 최슬기, 박서희, 하지은, 최민정, 황현서, 신지은, 정정석 코치.
◆특색있는 팀 선수들

대구스포츠단 여자자전거팀은 모두 7명이다.

맏언니 김원경을 비롯해 주장 최슬기와 국가대표 신지은이 있고 황현서, 하지은, 박서희, 최민정이 팀을 구성하고 있다.

지도진에는 김형일 감독과 정정석 코치가 팀을 이끌고 있다.

2008년 창단된 자전거팀은 소속 선수인 김원경으로 인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원경은 2007년 고3일 당시 이미 선수로서 최고점에 도달했다고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대구스포츠단은 지역 인재를 타 시·도로 유출시킬 수 없다는 판단하에 김원경을 중심으로 한 여자자전거팀을 창단했다.

대구 출신의 김원경은 자전거팀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후배 선수들에게 김원경은 롤모델이자 믿고 따르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존재다.

폭발적인 파워와 순발력으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김원경은 2019년 허리 통증으로 인한 근·신경 문제를 겪으면서 은퇴를 고려할 만큼 심각한 부상에 시달렸다.

이후 지난해 장기 재활을 통해 다시 회복했고 본인 선수 생활 중 최고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우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오는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표로 유종의 미를 거둘 예정이다.

현재 스포츠 인플루언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있는 사람)로 활동하고 있으며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신지은은 대구체육고등학교 출신으로 올해 선수 생활 2년 차에 접어든다.

선수 경력이 짧지만 실력 만큼은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해주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8년 세계주니어 대회 스크래치 종목에서 1등을 차지해 일찌감치 재능을 만개했다.

2019년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해서는 트랙 중거리(2㎞)·장거리(15㎞)와 도로 장거리(15㎞·80㎞) 종목에서 4관왕을 차지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올해 영입된 신입생 황현서의 별명은 ‘사이클 천재’다.

중학교 1학년부터 자전거 타기를 시작해 배운 지 3개월 만에 소년체육대회에서 1등을 한 선수다.

주 종목이 트랙 단거리 200m인 황현서는 현재 중·고등부의 한국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자전거팀이 황현서를 영입한 과정은 조금 특별하다.

황현서는 올해 20살이 되면서 직장운동부 선수로 뛰길 원했고 실력을 알아본 전국 시·도팀으로부터 스타우트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황현서 측은 타 시·도의 수많은 관심과 좋은 조건을 뿌리치고 대구스포츠단에 입단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팀 구성원이 됐다.

선수로서 더욱 성장하기 위해 대구스포츠단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단체전에 속하는 메디슨 종목에서 선수들간 바톤터치를 하고 있는 모습.
◆데이터 기반 과학적 훈련법

선수 육성은 대구스포츠단 여자자전거팀 지도진의 고강도 훈련 방법과 최신 장비와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되고 있기에 가능하다.

선수들은 많은 훈련량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자전거를 잘 타려면 훈련량이 많아야 한다는 단순한 원리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게 지도진의 설명이다.

선수는 훈련을 하는 동안 지도진과 꾸준히 소통한다.

지도진은 선수에게 ‘이 훈련을 왜 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등을 설명해주고 선수가 훈련을 소화하면서 변화하는 신체와 높아지는 기록을 느끼도록 한다.

선수 스스로 훈련하고 관리하는 마음가짐을 갖추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지속적인 고강도 훈련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을 기준으로 훈련량을 많은 날과 적은 날로 번갈아 조절한다.

자전거팀은 최신 장비를 활용해 선수의 기량과 상태를 과학적으로 확인한다.

자전거팀은 일반적으로 선수의 달리는 속도와 시간을 포함해 ‘페달을 밟는 힘(와트)’과 ‘페달 회전수’, ‘심박수’를 측정 요소로 삼고 있다.

자전거는 실외경기인 탓에 환경적인 요인에 영향을 크게 받는데 3가지를 측정하면 선수의 정확한 기량 확인이 가능해진다.

최신 장비 중에는 페달링을 하면서 선수의 순수한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와트바이크와 심박수 확인을 위한 체스트벨트, 자전거에 설치해 선수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파워미터 등이 있다.

자전거팀에는 각종 시설 및 장비 외에도 웨이트장, 숙소, 경기장 등이 모두 완비돼 있다.

자전거팀 관계자는 “날씨에 따라 선수 기록은 큰 차이를 보인다. 달리는 도중 맞은편에서 바람이 불면 속도가 느려지고 등 뒤로 불면 빨리질 수밖에 없어 객관적인 측정이 어렵다”며 “페달을 밟는 힘, 페달 회전수, 심박수를 측정하면 정확한 개인 기록을 알 수 있고 데이터가 쌓이면서 선수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기량 측정과 실시간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와트바이크로 훈련하고 있다.
◆감독 인터뷰

대구스포츠단 여자자전거팀 김형일 감독
“자전거 종목이 엘리트체육을 넘어 모두가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더욱 발전했으면 합니다.”

대구스포츠단 여자자전거팀 김형일 감독(현 국가대표 여자자전거 중·장거리팀 감독)은 시민 모두가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고 인재가 끊임없이 발굴되는 세상 만들기를 강조한다.

2013년 말 부임한 김 감독은 “그동안 많은 신념을 가지고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시민의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2013년 자전거팀 감독직을 맡아 팀 부흥에 힘써왔고 또다른 관심 분야로는 ‘소통’이었다.

같은 해 자전거 동호회를 개설해 시민과의 소통 창구를 만들었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관련 대화를 나누는 등 교류하는 데 목적을 뒀다.

동호회 초창기 50여 명으로 시작했으나 지난해에는 150명이 넘었다.

김 감독은 “팀이 창단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대구에 자전거 직장운동경기부가 있다는 존재 자체도 시민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감독직을 맡음과 동시에 동호회를 만들었고 시민이 참여하는 쌍방향의 소통 창구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전거가 엘리트체육으로써 비인기 종목이지만 생활체육에서는 국내 종목별 참여인구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인기 운동”이라며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함께 동반 성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능을 가진 젊은 선수들이 쏟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2021년을 맞아 올해도 선수들과 함께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싶다”며 “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욱 팀을 빛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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