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대구를 기대한다

발행일 2021-01-25 10:00:1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시장 코로나19 사투흔적… 위암수술

대구시민 1년간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며 몸과 마음 병들어

정부,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에 딴지 걸어

지난해 2월18일 대구시가 코로나19 31번 확진자에 대한 동선을 발표할 때만 해도 고난의 터널이 이렇게 길 줄 몰랐다.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이후 열흘 만에 대구에서만 하루 확진자는 741명에 달했다.

이를 막기 위해 방역당국 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사투를 벌였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힘들었는지 대구시장 뿐 아니라 시민 상당수가 병고를 치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11월 위암 수술을 받았다.

초기라 다행이라 하지만 위암선고는 지난 1년간 그가 코로나19와 벌인 사투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권 시장은 지난해 3월 재난지원금 지급시기를 두고 시의원과 논쟁을 벌이다 대구시의회 입구에서 쓰러졌다.

그는 역대 어느 시장보다 체력에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축구 한두 게임은 너끈하고 어떤 운동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코로나19는 버거운 상대였나 보다.

한 달여 동안 시장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그에게 체력에 한계가 온 것이다.

권 시장은 쓰러져 입원한 이후 의료진의 만류에도 1주일 만에 시청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10월, 미루다 미루다 받은 건강검진에서 덜컥 위암선고를 받았다.

평소 애연가였던 그는 자신의 전자담배를 운전기사에게 아무말 없이 건냈다고 한다.

그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수술 후 2주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지만 그의 모습은 예전만 못하다.

기자들의 한 마디 질문에 적어도 다섯 마디를 하던 그는 요즘 통 말이 없다.

아무리 초기라 하지만 암과의 사투는 쉽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정치인에게 암선고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위를 절반 가까이 잘라낸 탓에 음식 조절 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병고는 권 시장만 치르는 것이 아니다.

대구지역 대부분의 소상공인이 코로나19와 1년 가까이 사투를 벌이느라 몸과 마음에 병이 들었다.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연장과 관련해 지난 17일 정부는 대구지역 소상공인들의 실낱같은 희망조차 내팽개쳐 버렸다.

대구시는 지난 16일 대구형 사회적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묶어놓은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 2시간 더 연장하는 안이었다.

식당 주인들에게 2시간은 천금같은 시간이다.

사실상 오후 9~11시는 가장 장사가 잘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렇게라도 풀렸으니 다행이라며 식재료도 주문하고 아르바이트도 더 뽑았다.

그런데 그 희망은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

정부의 압박에 못 이긴 대구시는 대구형 사회적거리두기 시행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도로 오후 9시 영업’을 발표했다.

정부의 당초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에는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지자체의 자율에 맡기도록 돼있다.

소상공인의 신음소리를 들은 대구시는 방역전문가들과 회의 끝에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늘렸다.

하루 신규확진자 741명을 겪은 대구시의 방역 노하우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대구시의 영업연장 시간이 발표되자 여러 지자체에서 대구를 주시했다.

“대구도 하는데 우리도 하자”라며 술렁였다.

부담을 느낀 정부는 대구시를 압박했고 이에 굴하지 않자 지침을 갑자기 바꿔버렸다.

정부는 17일 저녁 지자체 자율에 맡겼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지침을 완화하지 못하도록 변경하는 내용의 공문을 대구시에 보냈다.

대구시는 정부가 바꾼 지침에 대항하기 역부족이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싶어서다.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은 지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장이 조정 가능하다는 정부가 정한 절차와 지침을 충실히 따라 결정했고 경북도와도 논의했다”며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중앙재난대책본부의 실무자가 대구시에 대해 주의니 유감이니 하는 납득할수 없는 표현으로 마치 대구시가 중대본과 엇박자를 낸 것처럼 발표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하루 741명에 달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훌륭하게 극복했다.

지난해 전세계는 대구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모습에 찬사를 보냈고 또 벤치마킹했다.

그런 대구가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만들었다.

정부는 이를 학습해도 시원찮을 판에 딴지를 걸고 대구시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대구가 아무리 야당 도시라고 하지만 코로나19 방역을 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대구시장과 대구시민들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털고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대구형 코로나19 방역을 다시 한번 전세계에 알리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