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석 기상청장
▲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울릉도’다. 그렇다면 울릉도에는 어느 정도까지 눈이 많이 올까? 울릉도는 하루 동안 내린 눈(신적설)이 150.9㎝까지 기록된 적도 있고, 이전에 내린 눈을 포함해서 쌓여 있는 눈(적설)이 가장 많았을 때는 293.6㎝까지 기록될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

올겨울도 역시 울릉도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일 30㎝가 넘는 많은 눈이 내렸고, 올해 1월에도 한파와 함께 1일부터 20일까지 나흘을 제외하고 16일 동안 눈이 내렸다. 일시적으로 기온이 높아져 낮 동안 눈이 녹기도 하고 눈의 무게에 다져지기도 했지만, 최대 70.8㎝까지 적설이 관측됐으니 어른 허벅지만큼이나 내린 눈에 울릉도 주민의 안전이 걱정이 되는 한편, 우리나라 최다설지의 위용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울릉도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은 동해 한가운데 위치한 지형학적 원인이 크다. 겨울이 되면 시베리아에서 차갑게 냉각된 공기가 편서풍을 타고 내려오면서 칼바람과 함께 한파가 발생한다. 이때 차가운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동해를 지나면서 눈구름대가 만들어져 울릉도에 눈을 뿌리게 된다. 만약 육지라면 눈구름에서 눈이 내리면서 위세가 약해지고 건조한 육지를 지나며, 점차 소멸하기 때문에 눈이 내리는 기간이 비교적 짧다. 하지만 울릉도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며칠에 걸쳐 밀고 내려오고 동해에서 지속적으로 수증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눈이 내리는 시간도 길어지고 양도 많아진다.

우리나라에서 눈이 내리는 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할 때 서해를 지나면서 서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눈을 내리는 ‘서해안형’이다. 울릉도에 대설이 내리는 과정은 서해안형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대설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유형이다. 지난 6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10㎝ 안팎의 많은 눈이 내린 사례도 이 유형에 속한다.

두 번째로 북동풍이 불어올 때 만들어지는 눈구름이 높은 태백산맥에 부딪혀 강원도 영동과 경북 동해안을 중심으로 눈이 내리는 ‘동해안형’이다. 서해안형이 겨울 초기인 12~1월을 중심으로 한파와 함께 주로 발생하는 반면, 동해안형은 1~3월에 주로 발생한다. 동해안형은 지형요소가 더해지기 때문에 서해안형에 비해 조건이 더 복잡하다. 북동풍의 강도, 눈구름대의 발달 높이 등에 따라 눈이 해안을 중심으로 내릴지, 산간지역으로 내릴지가 달라지기도 하고, 해륙풍의 영향으로 낮에 주로 많은 눈이 내리거나, 바다에 내리는 눈이 해안으로 접근하지 못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2월 강릉에 110㎝, 대관령 74㎝의 매우 많은 눈이 내렸다. 울진과 포항에도 각각 25.7㎝, 11.8㎝의 많은 눈으로 인해 리조트의 강당 지붕과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등 안타까운 인명피해까지 발생했었다.

마지막으로 차가워진 우리나라로 서해와 남해상을 거쳐 따뜻한 공기가 이동해 올 때 눈이 내리는 ‘온난이류형’이 있다. 겨울철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내륙지역에도 대설을 유발한다. 지난 2018년 3월, 대구에 7.5㎝의 많은 눈이 내린 사례가 이에 속한다. 특히, 온난이류형에서는 기온의 연직 조건에 따라 눈, 비, 진눈깨비와 같은 강수의 형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기 상층에서 눈으로 내리다가 중간층에서 영상의 기온으로 눈이 녹아 비로 바뀌어 내릴 수도 있고, 다시 지면 부근에서 얼기도 한다. 처음 강수가 시작될 때는 비가 내렸으나 점차 눈으로 바뀌면서 많이 쌓이기도 해 1℃의 작은 차이, 그보다 더 미세한 기상상태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예보관의 판단을 어렵게 한다.

눈의 발생 과정에서 보듯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수많은 것을 진단하고 판단해야 하기에 예보관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최신 기상관측자료를 반영해 최종 예보를 생산한다. 그러나 예보와 더불어 예고 없이 발생하는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겨울철 눈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과 대비가 필요하다.

최신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집과 시설물 주변 환경을 미리 점검해 둬야 한다. 또 눈 예보가 있을 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가 차량은 월동장비를 구비해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노약자는 미끄러운 길에 낙상사고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외출을 자제해 안전수칙을 지켜주시기 바란다.

올겨울도 기상청은 눈과 함께 겨울을 난다. 적든 많든 매 순간 예보를 위해 판단을 하고, 또 실제 눈이 오면 그것을 기록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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