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기자수첩]한국형 청소차가 ‘그림의 떡’인 이유

모두가 잠든 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눈을 뜨는 사람들이 있다. 해 질 때 쌓여있던 쓰레기들은 출근길이면 어김없이 사라져있다. 어두운 골목 사이를 누비며 공동체를 위해 묵묵히 땀 흘리는 이들. 환경 공무직들이 놓여있는 노동 환경개선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대구지역 환경 공무직 사망사고는 우리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다.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바뀐 것은 없었다. 똑같은 사고가 재발했다는 데서 오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미안함이 우리 모두를 힘들게 했다.

사고 발생 이후 한 달. 전통시장을 찾았다. 환경 공무직들의 한밤 생활 쓰레기 분류 작업은 여전했다. 지자체들이 수거차량의 발판을 떼버려 개인 사비로 오토바이를 구입해 이곳저곳을 누볐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생활 쓰레기 수거량과 지정 무게를 초과한 봉투들은 덤이다. 쓰레기봉투 속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들의 달리기는 단단한 워커로 발가락이 뒤틀리는 데도 운동화를 신고 뛰었던 나보다 훨씬 빨랐다.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에 겪지 않도록 정해진 시간을 맞추기 위해 발이 아파도 뛴다고 했다.

환경부는 2019년 3월 청소차량의 영상 장치 의무 설치, 야간작업에서 주간작업으로의 변경, 3인 1조 작업 실시, 악천후 때 작업 중지 등 작업 안전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자체들은 ‘안전’, 현장에서는 ‘효율’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제한된 예산으로 그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발판 떼기’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을지 모른다. 단박에 ‘한국형 저상 청소차’로 바꾸기엔 기초단체의 예산은 턱없이 열악하다. 야간근무를 주간근무로 변경하자니 주민들의 민원이 부담이다. 환경 공무직들을 더 많이 고용해 담당 구역을 축소하는 것도 결국 ‘돈’이다.

대구 수성구청이 한국형 청소차 2대를 1차 추경예산에 반영해 오는 4~5월께 도입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올 상반기까지 각 구·군별 한국형 청소차의 수요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정책을 내놓기로 했다. 대구지역 이외에도 각 지자체들이 속속 한국형 청소차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형 청소차 도입은 일상을 떠받치는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슬픔과 분노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 청소차 도입이 환경 공무직들의 작업 안전을 보장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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