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외부인들과 단절된 체 추위와 사투||냉골인 집보다 밖이 따뜻해

▲ 대구 동구 신천3동의 한 쪽방촌에는 성인 남자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사이에 두고 방 12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 대구 동구 신천3동의 한 쪽방촌에는 성인 남자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사이에 두고 방 12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민족 대명절 설을 앞두고 대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올해 지독히도 힘든 겨울을 나고 있다.

1평 남짓한 비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지내는 쪽방촌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외부인들과 단절된 채 추위와도 사투를 벌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쪽방의 냉기를 견디는 유일한 방법은 겹겹이 옷을 껴입는 방법뿐이다.

대구 쪽방촌에는 모두 711명이 살고 있다.

▲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쪽방에서 지내는 정모(51)씨. 실내였지만 패딩을 껴입은 채로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쪽방에서 지내는 정모(51)씨. 실내였지만 패딩을 껴입은 채로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들리지 않는 귀…가족과도 연락 끊겨

지난 2일 오전 9시께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쪽방촌.

1층과 2층으로 나눠진 건물에는 좁은 복도 양 옆으로 14개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정모(51)씨는 패딩을 껴입은 채로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최저 기온은 영하 5℃.

방 안에 들어서자 추위로 환기를 하지 못해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벽지 한쪽은 습기가 배어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피하기 위해 박스를 깔았지만 빛도 들어오지 않는 정씨의 방은 바깥보다 차가웠다.

정씨는 이곳에서 지낸 지 3년째다.

대구 섬유공장에서 노동을 하며 가장 노릇을 해 왔다.

섬유공장에서 기계 소음 속에 일을 하다 보니 귀가 서서히 들리지 않게 됐다.

병원에 다니며 재활치료에 전념했으나 결국 장애 판정을 받았다.

어려운 형편에 형과 동생을 찾아 수소문했지만 모두가 이사를 떠나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매달 지원받는 50만 원가량으로 월세를 내고 식비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다.

정씨는 “요즘은 날씨도 춥고 코로나19 감염도 우려돼 누구도 만나지 않고 방에만 있다”며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로 막노동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는 처지에 올해 1년 생활살이 또한 팍팍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쪽방에서 지내는 황모(66)씨. 황씨가 거주하고 있는 방 창문이 깨져 판자로 창문을 덧댔지만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쪽방에서 지내는 황모(66)씨. 황씨가 거주하고 있는 방 창문이 깨져 판자로 창문을 덧댔지만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냉골인 집보다 밖이 따뜻해

같은날 오전 10시께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여인숙.

이곳 입구에서 만난 황모(66)씨는 “집보다 밖이 따뜻해 햇볕을 쬐기 위해 나와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거주하고 있는 방 창문 사이를 판자로 덧댔지만 추운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황씨는 명절을 같이 보낼 가족조차 없다.

20세 때 대구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지만 평생을 공사장만 전전하며 생활고에 시달렸다.

몇년 전 몸에 이상이 생겨 뇌경색 판정을 받고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까지 동대구역 인근에서 노숙을 하던 황씨는 행정기관과 쪽방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그나마 보금자리라도 마련할 수 있었다.

황씨는 “쪽방상담소 직원들이 가져다준 물품으로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고 있다”며 “코로나에 한파까지 겹쳐 일도 못하는 상황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구 쪽방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추운 날씨까지 더해져 쪽방촌 사람들의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다행이 대구시민들과 행정기관의 도움으로 지원이 끊기지 않아 다행”이라며 “보다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쪽방촌 사람들이 실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재기를 도울 발판 마련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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