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석 기상청장
▲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인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첫 이야기에는 겉보기에는 모자처럼 보이는 그림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코끼리를 통째로 삼키고 천천히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그린 것으로 기발한 생각과 반전을 주는 그림이다.

이 반전 그림이 우리 가까운 곳에도 있다. 바로 국립대구기상과학관 전기자동차 충전소에 그려진 ‘벽화’다. 이 벽화는 어린왕자의 그 코끼리를 삼킨 모자 모양의 보아뱀과 꼭 같다. 다만, 보아뱀이 전선으로 그려져 있으며, 전선 안에는 눈을 꼭 감은 채 좁은 공간에 웅크리고 있는 북극곰이 그려져 있는 점이 다르다. 우리가 무심결에 콘센트에 꽂아둔 전기기구들로 가구당 연간 306㎾h의 대기 전력이 낭비되고 결국 지구온난화로 인해 삶의 터를 잃어가고 있는 ‘북극곰’을 표현한 것이다.

이 벽화는 2020년 기상청에서 주최한 ‘기후변화과학 통합 공모전’에서 디자인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다.

기후변화는 북극곰에게만 닥친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역대 가장 긴 장마철과 잦은 집중호우로 장마철 전국 강수량 2위를 기록했고, 겨울철(2019년 12월~2020년 2월) 평균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다. 또 6월의 평균기온(22.8℃)이 7월(22.7℃)보다 높은 현상도 처음으로 나타나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이 빈번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해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조직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있다. IPCC에서는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 중립’이란 나무를 심거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나라 간 배출권 거래 등의 방법을 통해 인간의 경제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쇄해 순수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온실기체 중 유독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중요하게 말하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열을 붙들어두는 주요 온실기체로 인류의 경제활동에 따른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속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수준의 탄소배출량을 지속한다면, 한반도는 2100년이 됐을 때 7℃까지 기온이 상승할 수 있다. 또한, 극한기후 현상도 점차 가속화돼 폭염에 해당하는 온난일이 현재보다 4배 증가, 강수량도 14%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고 획기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한다면, 기온은 2.6℃ 상승, 강수량은 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기상청) 인류의 실천 노력에 따라 기후변화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적 문제를 해소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판 그린뉴딜’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육성, 일상공간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그린 리모델링과 노후 경유차의 전기차 및 수소차 전환을 통해 탄소 저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상 속 에너지 절약도 필요하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옷차림으로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안 쓰는 콘센트는 뽑아두기, 친환경 운전습관과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까운 곳은 도보로 이동하기 등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위기의 또 다른 말은 ‘기회’라고 한다. 우리는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기후 위기가 도래했음을 알고 있고 위기 극복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어린왕자가 장미꽃을 소중하게 여긴 것은 바로 그 꽃을 위해 공들인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지금부터 탄소 중립과 그린뉴딜을 위해 공을 들여 실천한다면, 장미꽃 같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하루빨리, 한 걸음 더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길 바라본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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