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33억 원 투입, 지역예술인 만든 벽화, 조형물, 벤치 300점 조성||공공미술 전

▲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 일대에 공공미술 작품이 놓여진 모습.
▲ 대구 수성구 두산오거리 일대에 공공미술 작품이 놓여진 모습.
코로나19 여파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대구지역 예술인을 위해 시작된 ‘우리동네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으로 오히려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7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 전역의 공공장소에 오는 4월까지 33억 원을 들여 문화체육관광부와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 일환으로 공공미술 작품을 조성한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지역 예술인에게 창작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민의 문화 향유를 높이기 위해 추진됐다.

이번 사업에 대구 예술인 300여 명이 참여했다. 약 300점의 벽화, 조형물, 벤치 등을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현재 160여 점의 작품이 완성됐다.

8개 구·군별로 4억여 원이 주어진다. 각 구·군에서 물색한 사업 장소에 지역예술인 37명 이상이 참여하도록 한정하고 있다.

문제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 지자체의 주먹구구식 사업 진행으로 작품의 완성도와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설치된 작품에 대한 지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역 작가들 사이에서 일부 작품들의 제목이 ‘먹튀’라고 하는 씁쓸한 비아냥까지 들리는 실정이다.

특히 수성구에 설치된 한 작품의 경우 안내 표지판도 없어 작품성에 대한 의문을 사는 민원이 발생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지역 공공미술 작가들은 예술작품 제작이 아닌 ‘공공근로’로 전락하는 등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서 30년간 공공미술에 몸담고 있는 한 작가는 “공공미술은 주로 입체작가가 현장을 고려해 연구하고, 보행자들에게 적합한 미관, 안전성 등을 고심해 다루는 분야”라며 “공공미술에 전혀 지식이 없는 평면 작가들이 참여해 작품에 대한 퀼리티가 크게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면 흉물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37명이라는 숫자를 정해서 지역 작가들을 끼워 맞추려고 하니 명단에 이름은 올렸지만 참여를 하지 않아도 인건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며 “작가들 개인에게 기회를 공정하게 주되 스스로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계약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타 지역의 경우 자체적으로 지역의 특색을 넣고, 기준을 만들어 작품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경북의 일부 지자체는 작품만이 아닌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지역민들의 참여 기회를 높이기도 했다.

영덕은 해안 산책가를 사업장소로 지정했다. 작품 구상 전 시간이 지나면 방치, 흉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벽화는 배제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업이 급하게 진행돼 아쉬운 점이 있다”며 “오는 4월까지 자문단을 이용해 수정검토하고, 모니터링 해나겠다”고 해명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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