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대성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 하대성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하대성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시대를 잘 읽어야 한다.” 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를 연구하려면 역사가가 살았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지난 40년간 대구·경북의 역사는 ‘분업의 역사’였다.

1981년 대구직할시 출범이후 대구와 경북은 때론 경쟁하고 때론 협력하면서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대구는 섬유산업, 경북은 철강과 전자산업에 집중해왔으며 적어도 IMF 이전까지 그러한 전략들은 유효했다.

그러나 분업의 효율성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힘을 잃어갔다. 세계화로 인한 글로벌 경쟁의 심화는 혁신자원들의 수도권 집중과 역외유출을 유발했다.

지역의 먹거리인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미래산업들이 규제완화의 바람을 타고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우리지역의 비교우위는 점차 설득력을 잃어갔다.

이런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경제통합추진위원회(2006)와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2014)가 출범했고 ‘상생’이라는 화두가 민선 7기까지 이어져 통합신공항 문제 해결로 결실을 맺었다.

그럼에도 ‘상생’이라는 화두는 일부 중요이슈에 한정되기 때문에 대구와 경북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는데는 역부족이다.

특히, 동일한 경제권임에도 산업정책 결정구조가 분리돼 있어 상생과제 만으로는 보다 입체적인 산업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더해, 인구구조의 추세적 변화 또한 지역의 미래성장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 특별추계에 따르면 2017년에 비해 2047년에는 경북(268만→238만), 대구(246만→200만)으로 76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위연령 또한 경북(45.2→62.1세), 대구(42.9→57.5세)로 고령화가 가속화 된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구성비도 20% 전후로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돼 지역의 경제성장 동력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역사를 쓸 기회가 남아있다. 4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며 그 중 우리지역이 강점을 가지는 자동차산업이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4차 산업 시대에 지방이 생존하기 위해 우리지역의 혁신자원들을 하나로 묶어 줄 수 있는 ‘스마트한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

또 미래차 산업이 가지고 있는 혁신의 폭발력을 행정에서 융합적 정책으로 발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분업적 구조를 극복하고 상생을 뛰어넘는 통합적 정책구조 마련이 절실하다.

통합을 통해 대구와 경북으로 나눠져 있던 지난 40년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규모가 커지고 혁신자원이 많아지면 우리지역이 가진 행정수요가 자연스럽게 국가 정책의제가 될 것이고, 국가 핵심산업이 우리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다. 가깝게는 혁신역량과 생산역량을 모두 갖춘 미래차 시대의 중심지로 성장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생존과 성장가능성을 높이고 자연스럽게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청년들의 꿈이 실현되는 기회의 땅으로 대구·경북을 재탄생시킬 것이다.

40년 전 설계된 대구시와 경북도라는 제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당시에는 유효했을지 몰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통합’이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구와 경북이라는 경로의존의 덫에 갇힌 경제와 사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 봐야 한다.

21세기에 전기차의 시대가 오고 있듯이 대구·경북의 오래된 미래인 ‘통합’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 4차 산업 시대에 분리된 대구와 경북이라는 행정체제는 자기소임을 다한 노병(老兵)은 아닐까?

역사를 쓰기위해 이러한 제도의 경로의존성을 끊어 버릴 수 있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지역의 리더들이 공론의 장으로 나와줘야 한다. 분업적 시각에서 통합적 시각으로의 변화가 어떤 혁신을 가져와 우리생활을 변하게 할지 충분히 기대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사춘기 시절 탐독했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다.

산업화 시대 유효했던 분업이라는 알을 깨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파랑새가 될 ‘대구·경북 스마트 재배치, 행정통합’을 꿈꿔본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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