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가슴 뻥 뚫리는 시원함이 그립다

박운석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내일이면 설 연휴가 시작된다. 즐거운 명절? 아니다. 옛 이야기일 뿐이다. ‘이번 설에는 고향 오지 마세요’ 곳곳에 나붙은 현수막이다. 작년 추석 때와도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추석 때는 그래도 자발적 협조를 당부하는 차원이었다. 이번 설은 다르다. 15일까지는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설 연휴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직계 가족이라도 주소지가 다르면 5인 이상 만날 수 없다. 영유아도 1인으로 적용되고 차례에도, 제사에도 4명까지만 허용된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설 연휴 생활방역사이트 문구는 차라리 애교가 넘친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구요~ 우리우리 설날은 내년이래요~.’

참으로 답답하다.

어쩔 수 없이 올해는 예년과 다른 명절을 보낼 계획을 세웠다. 아이들이 있는 서울로 가는 역귀성이다. 어차피 함께 모여 어른들께 세배를 드릴 수도 없고, 둘러앉아 함께 떡국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네 식구만 모이기로 결정한 거다. 친척들에겐 전화인사로 대신했다. 물론, 이번 설엔 귀성 뿐 아니라 역귀성까지 자제하자는 ‘모두 멈춤’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철저한 방역 수칙을 따르는 것이다. 우선, 아이들이 서울에서 대구로 오는 귀성은 열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해서 제외하다보니 역귀성 밖에 없었다. 승용차를 이용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도시락과 음료수, 간식까지 준비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지내는 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기 위해 3일간 필요한 모든 식재료마저 준비해서 가야 하는 상황이다.

답답하다.

하긴 답답한 게 이것뿐이랴. 요즘 유독 답답한 일이 많아졌다.

8일부터 비수도권 지역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 밤 9시에서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되긴 했다. 이때까지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영업시간 1시간을 연장해주며 또다시 2주간을 버티라고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이미 연말연초 대목을 날린 데다가 설 대목까지 ‘5인 이상’ 제한으로 회식 손님을 아예 받지 못하는 심정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수도권 자영업자들은 오죽하면 집단행동에 나설까 싶다. 집합금지 해제와 손실보상을 촉구하는 집회가 이어졌고, 일부 업종은 정부 방침에 불복하는 영업 강행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래저재 답답한 명절을 보내게 됐다.

공공 주도의 획기적인 주택 물량 공급으로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는 2·4 부동산 대책은 속시원한 정책일까.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절반 이상은 이번 대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의당과 주거시민단체들마저도 “정부의 2·4 주택공급대책은 분양 주택 공급에 맞추면서 서민 주거난을 방치한 것”이라며 “서민 주택 대란과 투기 광풍을 일으킨 ‘뉴타운의 비극’이 재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나섰다.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어떻게 나올 때마다 불신을 받을까. 대책이 나올수록 치솟는 집값, 전셋값에 답답할 뿐이다.

더 답답한 건? 참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내 힘으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답답함도 있다. 듣고 있기가 거북한 말이다. 뉴스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막말이 대표적이다. 근본 없는 말들의 환장파티에는 당직을 맡은 사람이든, 다선의원이든 구분이 없다. “이적행위”, “북풍공작”, “친일”….

만약 일반인이나 공무원들이 이처럼 험한 말을 쏟아낸다고 생각해보라. 가당키나 한 일인가. 국민들은 이들에게 막말을 할 권리도, 면죄부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막말에 대한 면죄부를 국민들로부터 받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내일 모레면 신축년(辛丑年) 새해다. 새해가 된다고 해서 천지개벽할 만큼 세상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백신이 나온다 해도 코로나19는 당분간 기세를 떨칠 테고, 잡으려 할 때마다 더 오르는 집값도 쉽게 잡힐 것 같지 않다. 정치인들의 막말이야 말해 뭣하랴.

그나마 손흥민의 골 소식에, TV만 켜면 나오는 노래경연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속 시원한 고음처리에 답답함을 달랜다. ‘사이다’ 소식은 언제쯤일까.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