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에 이어 미스트롯2(이하 미스트롯)가 한 종편 채널에서 진행 중이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연달아 성공을 거두고 있는 판에 거기다 대고 싫은 소리를 하자니 삿된 심술을 부리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하지만 바람직한 장수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아 오래도록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평석을 달아본다. 세 번을 성공했다고 네 번째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려운 법이다. 성공을 지켜내려면 느슨한 포맷과 불합리한 룰을 끊임없이 개선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경쟁에서 그러하듯 오디션에서도 심사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스트롯의 성공은 심사위원, 즉 마스터의 공헌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마스터의 구성이 다양하다 못해 파격적이다. 음악적 안목이 창의적인 사람에서 전문적 소양을 갖춘 사람까지 망라한 점과 딱딱하고 권위적인 선입견을 버리고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조성한 점 등이 돋보인다. 이런 파격도 적당해야지 그게 과하면 점수를 까먹는다. 중학생이나 함양미달 문외한을 마스터 석에 앉힌다든가 연고나 감정에 휘둘리는 모습을 상시 노출하는 일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운동경기의 진행방식으로 리그와 토너먼트가 있다. 큰 대회에선 양 방식을 혼용함으로써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도모한다. 기록경기에선 한 회에 여러 명이 참전하는 토너먼트가 채택되기도 한다. 토너먼트는 일대일 대결을 통해 피라미드 방식으로 최종 승자를 가린다. 시합수를 줄여 시간을 절약하는 측면이 있지만 대진 운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약점이 있다. 리그는 모든 선수와 대결을 펼치는 관계로 경우의 수가 많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측면이 있지만 승패가 대진 운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미스트롯 예선 1차전에선 마스터의 선호 표식인 하트 개수로 당락을 결정하고, 추가합격을 통해 평가의 편차를 수정·보완한다. 패자부활을 통해 가수의 실수와 마스터의 오류를 커버한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예선 2차전엔 토너먼트로 전환된다. 대진 운이 나쁘면 조기에 탈락하는 불운이 따른다. 여기서도 추가합격이란 카드를 통해 대진 운을 보완해주는 묘미가 있다. 패자부활로 살아나서 우승까지 가능한 주먹구구 반전 장치가 오히려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견인차다. 이는 정상적인 단계를 밟아 올라간 자의 희생 위에 가능한 고육책이란 한계도 아울러 갖는다.

예선 3차전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이다. 팀 대결과 팀 에이스 전으로 오디션은 갑자기 쇼로 바뀐다. 시청자를 위한 콘텐츠로선 좋지만 경연시스템으로선 엉성하다. 복불복 줄서기가 돼버린 감이 든다. 추가합격이란 방식으로 그 상처를 교묘하게 숨기고 있긴 하다. 준결승전엔 난데없이 토너먼트가 등장하는데다 납득할 수 없는 채점방식이 혼란을 방조한다. 이중의 잘못된 평가 방법으로 예측불허 상황이 연출된다. 열 명의 마스터가 실력의 미세조정을 인정하지 않고 30점과 0점을 양자택일한 결과다. 경선 중반의 어울리지 않는 토너먼트도 문제인데다 OX 선택방식(All or Nothing Method)에 절대점수를 붙여 난장판을 만든다. 미미한 차이가 300대 0으로 갈리면 전체 등위가 뒤바뀐다. 실제 그렇게 됐다. 황당하고 허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이 서는 것은 가수 14명이 모두 수준급인 탓일 것이다.

상금, 트롯정서, 레트로, 새로운 젊은 피 등에 혹독한 트레이닝을 버무려서 대박을 터트린 성과는 놀랍다. 허나 절차적 흠결을 고쳐가지 않는다면 그 지속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운 좋은 우연을 필연적 실력으로 자만한다면 그 탑은 사상누각이다. 여론 가산 방식은 참여를 유도하지만 마스터 점수와 합리적 균형을 유지해야 그 장점이 산다. 준결승전 토너먼트에서도 한 명을 선택해 점수를 몰빵으로 줄 게 아니라 개인별 득점을 별도로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마스터의 선택과 몰빵 방식을 버릴 수 없다면 하트(OX) 개수를 마스터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조율하는 것도 편법이다. 처음엔 박하다가 뒤로 갈수록 후해지는 평가는 아마추어리즘의 노정이다. 디테일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도록 마스터에게 평가 시 주의사항을 교육하고 상호 간 편차를 조율하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리허설이 필수적이다. 출연자와 시청자, 방송사가 다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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