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진행에 난색 표한 주호영ㆍ뒷북대응 향해 날 세운 홍준표

▲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민의힘 임이자·김승수 의원 등이 23일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민의힘 임이자·김승수 의원 등이 23일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경북(TK) 정치권이 23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TK신공항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전망은 암울하다.

‘가덕도신공항건설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의결돼 본회의 통과 9부 능선을 넘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TK 의원들과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덕도특별법이 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역 특혜다”고 성토하며 TK신공항특별법의 조속한 상임위 통과를 촉구했다. 대구시의회 장상수 의장과 경북도의회 고우현 의장도 함께 했다.

지난 19일 국토위에서 TK신공항특별법 계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

25일 국토위 교통법안소위에서 심사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이 법안 통과를 도와줄 이유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날 “민주당은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 이어지는 대선 국면에서 PK 표심을 확보하고, TK신공항특별법도 해줄 듯 말 듯 하면서 TK 표심까지 자극하려 들 것인데 뭣 하러 서둘러 법안 처리를 해주겠냐”며 “국회에서는 머릿수에 밀려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결국 정권을 교체하고 대권을 차지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TK 정치권은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여전히 ‘모래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후 국회 본관 앞에서 이어진 ‘TK신공항특별법’ 제정 무산 규탄대회에 무소속 김병욱(포항 남·울릉) 의원은 참여했지만 국민의힘 김희국·추경호·김영식·윤두현·박형수 의원 등은 상임위 회의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또 지난 22일 TK 의원들이 화상회의를 통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대구 수성갑)에게 ‘민주당과 더 협상력을 발휘해 달라’며 사실상 공을 넘겼지만 주 원내대표는 난색을 표하는 등 각자도생하는 정치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권 시장과 이 지사와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역 의원들의 요청에 대해 “협상이란 게 개인적으로 협상력이 생기나. 협상력이라는 것은 테크닉이나 기술로 생기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나는 밀양공항법을 내고 싸워야 협상력이 생긴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지금은 우리가 ‘(민주당)바짓가랑이 잡고 하라’는 것 밖에 더 되나. 거기에 무슨 협상력이 있겠냐”고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의 회동 가능성’ 질문에 “저쪽(민주당)은 우리(국민의힘)가 반대하고 자기들은 가덕도 공항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걸(TK신공항특별법) 안 해줘야 그런 모습이 드러날 것 아니겠느냐. 그게 민주당 전략”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권 시장과 이 지사는 TK신공항특별법 제정의 키를 쥔 김태년 원내대표실을 기습(?)적으로 방문해 면담을 시도했지만 불발되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무소속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은 “뒷북치면서 통과를 뒤늦게 주장해 본들 버스는 이미 떠나가 버렸다”며 지역 정치인들을 직격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동안 대구시장, 경북지사, TK 정치인들이 TK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위해 단 한 번만이라도 합동대책회의를 한 일이 있었나. 강 건너 불 보듯 방관으로 일관하지 않았나”라며 “시장, 지사, TK신공항 관련 정치인들은 이제 그 직을 걸고 필사즉생의 각오로 대처하기 바란다. 이제 와 면피 정치나 하려고 하면 TK 시·도민들이 분노할 것”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