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 정치권은 TK 민심을 외면 말라

발행일 2021-02-25 13:36:0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의 2월 국회 통과가 걱정했던 대로 결국 좌절됐다. 애초 TK정치권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과 함께 국회 동시 통과를 추진했지만 거대 여당과 국민의힘 PK정치권의 반대가 있었고, 믿었던 TK정치권은 힘을 결집하지도 못했다. 반면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민주당의 애초 밑그림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역에서는 당장 민주당의 입법독주와 TK정치권의 무기력함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비판은 비판일 뿐이고, 지금은 모두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 판단하고 대응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과연 대구, 경북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그걸 관철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영남권 민심을 둘로 갈라놓았던 가덕도신공항은 특별법 제정으로 이제 사업 추진에 기세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대구, 경북 민심은 허탈감과 함께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 5개 시,도 단체장이 어렵게 마련한 공동서약서도, 국책사업 추진의 엄중함도 정치적 셈법으로 무력화하는 현실을 체험한 데다, 가덕도신공항으로 인해 어렵게 결실을 보고 추진 중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마저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부산, 경남에서는 벌써 가덕도신공항의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등 공항을 중심축으로 하는 그랜드메가시티 구상을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부산, 울산, 경남 주요 지역을 1시간 이내로 신공항에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구축 계획이 있다.

신공항 건설에만 10조 원 이상, 그리고 광역권 철도, 도로 등 연계교통망까지 건설할 경우 어림짐작을 하더라도 수십조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부산시와 경남도 등 PK 지자체들은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 대다수 SOC사업이 국가재정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사정은 좀 다른 듯하다. 통합신공항 이전지는 결정해 놨지만 공항을 주로 이용하게 될 대구권과 연결하는 도로, 철도 건설 등 연계교통망 구축에 들어갈 예산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지기론 사업비만 1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통합신공항 연계철도망 예산 부담을 놓고 정부와 대구시, 경북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서대구역~통합신공항~중앙선을 잇는 총연장 47km의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인데, 정부에서는 이 사업비의 30% 정도를 두 지자체에서 부담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대구시나 경북도에서는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형편에 이마저 떠안게 될 경우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이나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나 영남권 남·북지역에서 각각 거점공항 역할을 하려면 결국 연계교통망 구축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동서남북으로 도로와 철도가 촘촘히 연결돼 있어야 사람도 화물도 공항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경우 정부에서 연계교통망 구축 사업 지원에 소극적이고 미적지근하단 얘기가 들리면서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대구권을 연결하는 연계교통체계 구축에 들어갈 사업비만 대략 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나와 있는 대구통합신공항과 관련된 특별법은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무소속)과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국민의힘)이 발의한 두 가지가 있다. 홍 의원 법안에는 교통인프라와 배후신도시, 항공 관련 산업단지 조성 등을 국가재정 사업으로 추진할 것과 사업 진행의 속도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내용이 들어 있고, 추 의원의 안에도 역시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

통합신공항특별법 좌절 이후 지역에서는 TK정치권이 전열을 재정비해 3월 임시국회에서 국회통과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TK정치권은 특별법과 관련해 중앙당 눈치보기 바쁘다, 지역민심을 외면한다, 존재감이 없다 등 갖은 수모를 겪었다. 차제에 더는 물러설 데가 없다는 각오로 특별법 제정에 온몸을 던질 것을 TK정치권에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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