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 시민들은 환호하며 반기고 있다. 반면 통합신공항 특별법과 패키지 통과를 바랐던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손놓고 있던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비난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은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한 채 괴물 법안을 통과시켰다. 표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근원을 따져보면 국회의원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주역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다. 2016년 김해공항 확장 결정에 따라 무산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다시 불을 지핀 사람은 오거돈 부산시장이다. 이것을 ‘부채질’한 사람이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21대 총선 전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를 언급하며 PK 민심을 부추겼다. 2012년 대선 후보 시절엔 가덕도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2016년 20대 총선 때에도 가덕도 신공항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경제부총리, 국토교통부장관 등을 대거 동반한 채 국회통과 전날(2월25일) 가덕도를 찾았다. 그리고 “가슴이 뛴다”며 대폭 지원을 약속했다. 가덕도에 힘을 실어줬다. 다음날 여야는 합심해 가덕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대통령의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은 대통령이 선거중립을 내팽개쳤다며 법적 조치를 벼른다. 청와대는 즉각 “선거용이 아니라 국가 대계”라며 반박하고 나섰지만 옹색하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지난 1일 나온 여론조사 결과가 뒷받침한다. 국민 절반 이상이 가덕도 특별법 국회통과가 잘못됐다며 탐탁잖게 여겼다. 53.6%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잘 됐다는 응답은 33.9%에 그쳤다. 심지어는 부·울·경 주민들도 54%가 ‘잘못됐다’고 응답했다.

TK 출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이렇게 고향을 노골적으로 밀어주지는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신공항 추진을 백지화했고 박근혜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역대 정권이 마찬가지였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때는 오히려 TK 역차별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20년 숙원사업이라며 대놓고 부산 가덕도를 밀었다.

지역이기와 정치에 매몰돼 대형 국책 사업을 무산시킨 결과,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이 모두가 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예타를 면제하며 진행했던 4대강 사업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덜미를 잡았다. 가덕도신공항은 예산만도 국토부 추정치가 28조6천억 원이다. 국책사업의 특성상 사업 진행 중 발생하는 추가 비용까지 따지면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다. 활주로 침하 등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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