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건설 중인 마지막 원전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4년이 넘게 공사가 중단된 울진 신한울 3,4호기가 최근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이 결정돼, 최악의 상황인 사업 백지화 위기는 넘기게 됐다. 그러나 원전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울진군과 경북도는 시간만 끄는 기간 연장보다는 하루빨리 공사 재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 원전 24기 중 11기가 있어 탈원전 정책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인 경북도는 신한울 3,4호기의 기간 연장 결정과 동시에 울진군을 비롯해 영덕군, 경주시 등과 함께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영덕의 천지원전은 최근 예정구역 지정 철회가 발표됐으며, 경주 월성원전은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재판이 예정돼 있다. 또 울진 한울원전단지에는 신한울 3,4호기 외에 건설 공사가 마무리된 신한울 1,2호기가 운영 허가를 2년 가까이 받지 못해 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울원전단지 내에 입지한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2017년 공정률 10% 상태에서 공사가 모두 중단돼 현재는 부지만 일부 조성된 상태로 4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4년 넘게 공사를 중단하게 되면 전체 사업의 취소까지도 가능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울진군과 경북도는 최근까지 발전사업 취소만이라도 우선 막기 위해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다행스럽게 공사계획인가는 2년 기간 연장이라는 정부 결정이 나와 지역에서 걱정했던 사업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이게 향후 지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공사 재개로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업 취소도 현재로선 여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반쪽짜리 결정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울진 주민들 사이에서 기약 없이 2년간 또 희망고문을 시키는 것이냐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신한울 3,4호기의 기간 연장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이 같은 우려가 절대 지역의 과민반응이라고만 볼 수 없음은 분명하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발전사업허가를 해 놓고 사업 착수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공사계획인가를 4년이나 하지 않은 채 그동안 정권의 눈치만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또 사업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초기 투자로만 이미 수천억 원을 해 놓은 만큼 당연히 벌여놓은 사업을 기간 내에 마무리 짓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산자부에서 후속 결정을 미루자 이도 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입장에서 역시 세월만 흘려보냈다. 결국 정권에 따라 국책 사업이 표류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 셈이다.

이 와중에 그러나 가장 애가 타는 쪽은 울진군과 군민들이었다. 인구 감소와 일자리 만들기의 어려움으로 해가 갈수록 지역경제 악화라는 우리 농어촌의 보편적 현상을 겪고 있는 울진군은 발전사업을 지역경제 회생의 돌파구로 삼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주민 소득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 이 사업이 첫 삽만 떠 놓은 채 4년째 중단되고, 급기야는 사업 백지화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거기다 공사 중단으로 울진군은 지역자원시설세, 기본지원금 등 연간 400억 원에 이르는 각종 지원금 손실까지 봐야 할 처지가 됐다.

이 때문에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일단 파국은 피해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지역민들은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을 위해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국회, 청와대, 한수원을 방문해 입장문을 전달했다. 경북도 역시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공사계획인가 문제에 대해 울진군과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지금도 울진군과 지역민, 그리고 경북도는 신한울 3,4호기 공사의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정부는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의 보상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지역 세수가 확보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3,4호기 공사 재개에 필수적인 조건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나 변경이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부는 지난해 11월 확정된 9차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 신한울 3,4호기를 전력 공급원에서 아예 배제하고,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 중 11기를 2034년까지 폐쇄한다는 결정을 했다.

또 원전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환경단체 등에서는 울진 한울 원전단지에 대해서 안전성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한울 원전단지에는 현재 운전 중인 원전 6기 외에 가동 전 운영허가만을 앞둔 신한울 1,2호기와 공사 중단 상태인 신한울 3,4호기 등, 가동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을 합쳐 모두 10기가 들어서게 된다.

◆ 공사 재개 여부는 2023년 말에야 결정

산업통상자원부가 2월22일 22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오는 2023년 12월 말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사 재개 여부의 결정은 다음 정권에서 하게 됐다. 산업부는 연장 결정을 하면서 ‘한수원이 귀책 사유 없이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인가를 기한 내에 받지 못한 것이므로,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타당하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한울 3,4호기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2017년 2월27일 정부의 발전사업허가는 받아 놨지만 올해 2월까지도 공사계획인가는 받지 못한 상태였다.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지 4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계획인가를 받지 못하면 발전사업 취소 사유가 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기간 만료일인 올해 2월27일 전에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을 받기 위해 지난 1월 산자부에 기간 연장을 공식 요청했다.

◆ 일단 시간은 벌어놨지만

신한울 3,4호기의 기간 연장을 앞두고 울진에서는 군민 전체가 한목소리를 냈다. 그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은 “정부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결정으로 최근 4년간 지역에서는 고용난과 인구감소 등 큰 고통을 받아왔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3,4호기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문제도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됐고, 그 해법도 탈원전 정책에 있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2월 시작됐지만 그해 5월 정권이 바뀌면서 중단됐다. 애초 허가 당시의 계획대로라면 발전사업허가에 이어 공사계획인가가 바로 나왔겠지만, 탈원전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후속 절차 진행이 아예 중단됐다. 이어 2017년 말에는 신한울 3,4호기 사업이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아예 제외됐다.

또 정부는 그동안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비록 나중에 공사가 재개되긴 했지만 신고리 5,6호기는 공사 중단, 월성 1호기는 조기폐쇄 조처를 했다. 특히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전면 중단 및 계획 백지화를 발표했으며, 기존 원전에 대해서도 설계수명을 60년으로 보고 수명 연장 불가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상태이다.

그런데 특이한 게 신한울 3,4호기 사업이다.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거나 처리한 다른 원전 사업들과 달리 백지화도 아니고, 계속 진행도 아닌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현재까지 용지 매입 및 조성과 주기기 사전 제작 등에만 이미 7천900억 원 정도가 투입된 상태인데, 이 중 4천927억 원이 민간업체인 두산중공업의 투자금이다. 이 때문에 사업을 백지화할 경우 두산중공업과 원전 협력업체들의 소송으로 정부가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예상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로서는 그동안 여러 방향에서 진행해 온 법률적 검토 끝에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이라는 시간벌기용 결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사진설명)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4년이 넘도록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가 최근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이 결정되면서 사업 백지화 위기는 넘기게 됐다. 그러나 원전 소재지인 울진군과 경북도는 하루빨리 공사를 재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①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집회 모습. ②울진의 한울 원전단지. ③ 신한울 3,4호기 건립 용지.

울진군청 제공

▲ 메인사진-①
▲ 메인사진-①
▲ 서브사진1-②
▲ 서브사진1-②
▲ 서브사진2-③
▲ 서브사진2-③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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