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원해도 임대기간 족쇄 작용||진골목상가번영회 20%가량 가게 내놓고 영업하기도



▲ 평일 오후 대구 중구 진골목 내 카페 등 가게들이 문을 닫은 모습.
▲ 평일 오후 대구 중구 진골목 내 카페 등 가게들이 문을 닫은 모습.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장사를 접고 싶어도 임대기간이 남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밖에 없어서다. A씨 식당의 경우 매달 최소 2천250만 원의 매출이 받쳐줘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후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지난해 11월 한 달 뿐이었다.

그는 “매달 임대료가 500만 원, 재료비가 매출의 3분의 1, 인건비가 약 750만 원, 세금 등 기타 비용이 약 200만 원”이라며 “임대기간이 남아 있어 마음대로 문 닫을 수도 없다. 어느 업주든 점포 인수 제안을 달갑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임대기간’이 족쇄로 작용해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구 진골목의 터줏대감이었던 진골목식당 폐업과 관련해 주변에서는 안타까워했지만, 폐업하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식당들은 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다.

진골목상가번영회에 따르면 회원 50명 중 10여 명이 가게를 내놓았다.

임대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 대부분 부동산이나 인맥 통해 가게를 인수할 사람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리금을 못 받아도 인수 제의가 들어오면 가게를 넘기겠다는 업주도 있다.

진골목식당 인근 한 식당 사장은 “옆집(진골목식당) 사장은 월 150만 원에 이르는 임대료만 내지 않아도 속이 시원할 것”이라며 “마음만큼은 이미 우리 다 폐업이다”고 털어놨다.

중구 반월당역 메트로센터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가게의 지출이 매달 약 350만 원인데 매출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해 지난해 8월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B씨는 “지금 임대기간이 남아있지 않거나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손 뗄 것”이라며 “임대료 약 150만 원, 관리비 약 70만 원, 상품 구입비 약 100만 원, 기타 비용 약 30만 원에 비해 매출이라고 할 것이 없는 수준이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김옥란 과장은 “임대료 등 지출이 불어나기 전에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상태가 3~4월까지 지속된다면 폐업이 상당수 늘어날 것”이라며 “폐업을 못 한다면 바닥을 기는 매출을 택하는 대신 업주 자신이 밖에 나가 일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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