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세계 경제는 벌써 과속을 우려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주요국을 중심으로 소비 회복 조짐이 보이고, 세계 교역량도 증가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발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아마도 올해 미국은 6%대 후반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고, 세계 경제도 6%대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일 것이다.

전망은 틀리라고 있는 것이라는 경제계의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들이 예측한데로 실현만 된다면 그 이상 좋을 일은 없을 것이다. 설령 그렇게 되지는 않더라도 시장 심리의 호전이라는 점에서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기도 하다. 더욱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 부양을 위한 중앙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 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런 기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에 더 의문을 가져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만 보면 이제 우리 모두는 연이을 호재만 기다리면 될 법도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실물자산시장만 보더라도 잠재적인 리스크가 얼마나 큰 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버블인지 아닌지는 그것이 지나봐야, 즉 시장이 붕괴한 후에나 알 수 있다고들 하지만 자산시장의 자본 이동만 보더라도 얼마나 불안정한 지 알 수 있다. 넘쳐나는 유동성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언제 있을지 모를 금융통화긴축에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이나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은 물론 비트코인, 원자재 등과 같은 시장과의 경쟁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만에 하나 어느 쪽이든 갑작스럽게 붕괴되기 시작하면 제어하기 힘든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유럽연합(EU)집행부가 시행 준비 중인 디지털 그린패스(Green Pass, 백신여권) 또한 양날의 칼이다. 이는 코로나19백신 접종증명제로 해외여행을 재활성화해 관광의존도가 높은 스페인이나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EU 전반의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정 기간 자가격리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코로나19 재확산 리스크를 그만큼 더 확대시킬 수 있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경제적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어서 도입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역효과를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당연히, 세계 경제나 우리 경제에도 악재다.

미국과 중국의 끊이지 않는 분쟁도 악재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라 논외로 하더라도 다른 하나를 덧붙이자면 경기 회복 속도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가격지표들 또한 리스크라면 리스크다. 국제유가는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철이나 구리 등의 원자재나 곡물 가격은 어느새 급등했고,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는 것도 그리 먼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경기 회복 속도가 미진해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가 감내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국내 경기 여건을 살펴보면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유지되면서 여전히 경기 침체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은 물가 상승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은 아니고, 경기 자체도 회복 기조에서 크게 이탈한 것이 아니어서 굳이 말하자면 제한적인 스태그플레이션(small stagflation) 상태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기대만큼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세계 주요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는 물론 경기 여건도 개선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으니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좀 더 희망적인 전망을 가지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에는 기우에 그쳤으면 하는 닥쳐올 악재들이 더 크고 많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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