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확량 500t 중 60%가량 재고 남아, 판로 막막||5인 이상 모임 금지 치명타,

▲ 대구 동구 팔공산 인근 한 비닐하우스에서 미나리 수확이 한창이다. 대구일보DB.
▲ 대구 동구 팔공산 인근 한 비닐하우스에서 미나리 수확이 한창이다. 대구일보DB.


대구지역 미나리 소비가 급감하면서 판매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미나리 농가가 한 차례 타격을 입었음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안일한 대처로 일관해 올해도 피해가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출하된 대구지역 미나리의 재고량은 전체 생산량(500t)의 60% 수준인 약 300t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매가 사실상 중단됐던 작년을 제외하면 예년의 절반 수준밖에 팔지 못한 셈이다.

팔공산 미나리연구회 김범수 회장은 “예년 이맘때(3월 중순)면 전체 생산량의 90%가량이 판매됐는데, 지금은 절반도 팔지 못했다”면서 “날씨가 본격적으로 따뜻해지는 3월 하순이 되면 손님이 끊긴다. 남은 물량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판매 경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면 판매가 급감한 탓이다.

한해 대구지역에서 수확되는 미나리의 약 80%가 직접 판매 형태로 소비된다. 남은 물량은 음식점 납품, 택배, 공무원 판매 등으로 나간다.

특히 5인 이상 집합금지 유지로 비닐하우스 영업이 사실상 휴업 상태에 들어간 것이 치명타였다. 고객이 직접 비닐하우스를 찾아 미나리와 삼겹살을 곁들어 먹은 뒤 한두 단씩 더 사 가는 것이 지금껏 고수해 온 판매 형태였다.

대구지역 미나리 농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략적으로 조성됐다. 당시 수입농산물 개방에 따른 농가의 대체소득 작물 육성을 위해 고민하던 대구시는 농민들에게 웰빙 먹거리인 미나리 재배를 권유했다.

현재 대구지역 미나리 농가는 동구 팔공산 일대와 달성군 화원·가창 일대에서 모두 150농가, 36㏊ 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조성만 해놓고 제대로 된 판로 구축을 해주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불법 비닐하우스 영업이 횡행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 비닐하우스 식당은 제대로 된 상수도 처리시설을 갖추지 않아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영업 시설이 아니라 세금조차 내지 않는다.

지자체는 이런 불법 행위를 알면서도 미나리 판매 장려라는 핑계로 눈감아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대에 뒤처진 주먹구구식 판매 형태로는 미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 미나리는 고정 판로가 없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안정적인 대량 판로를 확보한 청도 한재미나리와 대비된다.

지자체에서도 판로 확보 대신 공무원 팔아주기 등 ‘급한 불끄기’에만 급급해 지역 농가의 자생력을 후퇴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구청 관계자는 “대구 미나리 소비 자체가 코로나 이전보다 준 것으로 파악된다. 수요에 비해 과다 공급된 면도 없지 않다”면서 “농협 하나로마트 등 안정적인 고정 판로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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