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상황에 따라 전해진 메시지 살펴볼 수 있어

그에 담긴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이 깃든 변천사를 살펴보면 좋다.

한 시대에서 무슨 이유로 생긴 것인지, 어떻게 사용됐는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등 그 사회가 흘러간 방향성과 함께 시선과 관점 모두 파악이 가능해서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들은 한국 역사에 빠질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문점을 비롯해 현 시대에서 필수인 실생활 용어와 스타디움에 대한 변천사를 다뤄 시대가 주는 메시지를 살려볼 수 있다.

◆스타디움 미디어

석원 지음/커뮤니케이션북스/133쪽/1만2천 원

이 책은 스타디움의 변천사를 돌아보고 시대 상황에 따라 전해진 메시지를 살펴본다.

책의 저자는 ‘각각의 스타디움이 담을 수 있는 메시지는 다양하고, 활용의 폭은 넓다’고 이야기한다.

현 시대에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하달되는 폭력적인 전달 매개 혹은 관심을 돌리는 수단으로써의 스타디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88올림픽부터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한국 스포츠 역사와 맥을 함께한 스타티움, 즉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겨진 스타디움과 새 야구장을 향한 전문가적인 다양한 시선과 관점도 들어볼 수 있다.

우선 한국 체육을 상징했던 동대문운동장과 1988년 서울올림픽의 심장 잠실주경기장의 건립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국 스포츠 역사의 큰 손실이자 아픔으로 남은 동대문 운동장의 철거 과정을 돌아본다.

이어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위한 스타디움 신축과 폐막 이후 남겨진 공간 활용에 대해서도 짚는다.

각종 경기장을 둘러싼 사회, 정치 현상까지도 아우른다.

국가 주도형 스포츠 이벤트 수단이었던 스타디움이 전하는 메시지와 신축 경기장이 각 지자체와 프로스포츠단 모기업에 가지는 의미를 살필 수 있다.

책은 스포츠 종사자는 물론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들에게 스타디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

스포츠 역사에 대한 깊은 고민과 경기장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스포츠와 스포츠 공간의 역사를 모두 아우르는데 의미가 깊다.

저자는 지난해 영남대 스포츠과학대학원에서 '신규스포츠 공간, DGB대구은행파크가 주변에 끼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스포츠 관련 특집 다큐멘터리를 수십 편 제작했으며, 대구에서 진행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DGB대구은행파크 건설의 방향성을 제시한 다큐멘터리로 각종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아시아의 근대 장기지속으로 읽는다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너머북스/416쪽/2만7천 원

이 책은 현 사회가 코로나19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맞닥드린 근대가 만들어낸 민주주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살핀다.

특히 우리에게 민주주의를 대표하던 미국의 현실은 그동안 민주주의의 이면에 잠재돼있던 인종차별, 그리고 현대사회의 가장 심각한 기저질환이라는 평가를 받는 빈부격차 등 ‘근대’가 안고 있던 온갖 병통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숨겨져 있거나 외면해 많은 문제가 드러난 것에 대한 기초인 근대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근대 너머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책을 통해 생각하게 만든다. 근대 중심적 역사인식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새로운 이해를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학술원의 ‘19세기의 동아시아’ 연구모임이 그동안의 성과를 엮어 출간하는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 다섯 번째의 책이다.

연구모임은 서구중심주의와 근대중심주의를 동시에 극복함으로써 서구와 근대를 상대화하고 동아시아의 역사, 나아가 근대의 서구가 구성한 세계사의 재구축을 추구한다는 취지로 2012년 1월부터 출발했다.

지난 10년간 한국사, 중국사, 일본사, 대만사, 베트남사 등의 역사학과 철학, 인류학, 민속학 등을 전공한 30여 명의 연구자가 모여 매월 1회 정례 세미나와 매년 1회 이상의 국내외 학술회의를 진행해왔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모두 9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

1부는 근대 전환기를 전통적인 것과의 연관 속에서 파악하는 논문이다. 책의 저자는 한국 소농사회의 장기지속성에 관한 혼다 히로시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동아시아에서 소농사회가 장기지속 할 수 있었던 요인을 맥팔레인의 연구를 인용하며 잉글랜드 소농과 비교 검토했다.

2부는 정치적·사회적 질서의 지속과 변화를 살펴보는 글 4편이며, 3부는 장기적 관점에 의거해 동아시아 각국의 재정과 정책 시스템을 비교사적으로 살핀 글들이다.

◆생존교양

이용택, 김경미 지음/한빛비즈/324쪽/1만6천500원

이 책은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교양은 쌓고 싶은데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헤매는 사람들, 자신만의 교양 공부가 쉽게 안 되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용어 150개를 선정해 해당 단어에 얽힌 사연과 역사적 배경, 변천사를 살펴본다.

또 그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교훈적 메시지 등까지 담고 있다.

‘나만 몰랐을 것 같은’,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은’, ‘알아두면 쏠쏠할 것 같은’ 등 유쾌하고 공감 가는 문구로 소주제를 나눠 단어를 설명한다.

이 책에 실린 상당수 단어가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고, 성인이 돼서도 사회생활 속에서 보거나 들었던 것들이다.

너무 유명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정확히 몰랐던 단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책의 저자 이용택과 김경미는 각각 30년과 10년 넘게 기자 경력을 쌓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지식 말그대로 ‘생존교양’을 위한 알짜배기 단어들을 소개한다.

특히 이용택 작가는 오랜 기간 기자생활을 하며 거의 매일을 기록해 얻은 결과이자 성과물이라고 한다.

매일같이 세상의 소식을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전했던 이들이 이제 세상의 지식을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스토리에 맞춰 설명한다.

책에서는 ‘모나리자’가 왜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됐는지, 태양계 행성에는 왜 그리스·로마 신화인 신 이름이 붙었는지 등과 같은 고전적인 역사 지식부터 전기 자동차에 ‘테슬라’라는 과학자 이름이 붙은 사연,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의 성장을 이끈 롱테일 법칙 같은 시사상식 등을 다룬다.

책의 언어 속에 담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지식의 벽’이 하나씩 허물어지며 ‘나만의 지적 유레카’가 쌓이고 쌓여 삶의 든든한 무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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