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기자회견에 여 ‘사과·침묵’, 야 ‘후보 사퇴 촉구’

발행일 2021-03-17 15:57:2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변호인(왼쪽 세 번째)이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17일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사과’ 또는 ‘침묵’으로 사태 확산 차단에 나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며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이날 종로구 안국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에게) 죄송하기 때문에 그만큼 제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죄송한 일이 서울에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첫 여성 시장으로 두 배로 겸손하게, 겸허하게 서울시민들을 모시겠다”고 사과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피해자 기자회견에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박원순 피해자가 당대표(이낙연)와 박 후보의 사과가 뭐에 대한 것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고 묻자 “내가 잘 모른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의) 기자회견 관련해서 제가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사과하고, 반성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도 말했듯이 피해자의 회복을 방해하고 고통을 가중시킨 것은 피소예정사실 유출, 피해호소인 명칭, 사건 왜곡, 민주당 당헌 개정, 2차 가해 묵인 등이었다”며 “피해자에게 가해진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결국 민주당이 피해자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 자기방어에만 몰두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피해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인정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정당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피해자의 용기 있는 외침이 큰 울림으로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모든 사건 관계자들의 공감과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민주당과 후보 캠프에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인’, ‘피해고소인’이라고 불렀던 인사들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며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 캠프 구성원들의 자진사퇴”라고 강조했다.

조수진 서울시장 선거 선대위 대변인도 논평에서 “피해자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박영선 후보는 지금이라도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대표와 박영선 후보가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히 짚어주지 않았다”면서 “사과를 하기 전에 사실에 대한 인정과 그리고 후속적인 조치가 있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의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상처준 정당(민주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고 기자회견을 자처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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