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주와 안동 바이오산업

발행일 2021-03-21 15:16:4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바이오주(酒)는 술이 아닙니다. 보약입니다. 한잔만 마셔보면 압니다.” 김휘동 전 안동시장의 술자리 단골 멘트다. 그는 2002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8년간 시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자신이 이름붙인 ‘바이오주‘ 전도사였다. 바이오주는 전통 방식으로 증류한 안동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다.

김 전 시장은 폭탄주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바이오주를 외면하지 못하게 하는 ‘고급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특유의 소탈함과 친화력이 무기다. 그가 바이오주를 권하고 다닌 것은 안동 바이오산업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17년 전 당시만 해도 생경하던 바이오산업을 안동에 유치한 주역이다.

---바이오산업 유치 주역 김휘동 전 시장

현재 안동의 경북바이오 일반산업단지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생산되고 있다. 지난 2월 하순 국내에 첫 출하됐다. 하회마을이나 양반도시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안동이 전국민의 집중적 관심을 끈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는 바이오산업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시장 재직 시 공사를 불문하고 행사나 모임 때마다 “앞으로 세계를 휘어잡을 산업은 바이오”라고 강조하곤 했다.

안동 바이오산업의 출발은 2004년이다. 경북도에서 북부권개발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던 바이오산단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산단은 2007년 착공해 2010년 준공됐다. 풍산읍 괴정·매곡리 94만여㎡ 부지에 747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입주 계약 업체는 40개. 29개는 가동 중이며 7개 업체는 건설 중이다. 휴·폐업 3개, 미착공은 1개다. 산단 가동률은 72.5%. 비수도권 중소도시 산단 치고는 가동률이 나쁘지 않다.

입주 업체 중 이번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출하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단연 눈에 띈다. 공장은 그리 크지 않다. 둘레 1㎞ 남짓에 종업원 270여 명이다. 국가 주요시설이어서 올 초부터 24시간 경찰의 경비를 받고 있다.

SK는 2012년 L하우스(안동 백신공장)를 준공한 뒤 2018년 설비를 증설했다. 지난해 매출은 2천339억 원. 백신 출하가 본격화된 올해부터는 매출이 급증할 전망이다.

연간 백신 생산능력이 5억 도즈에 이른다. 현재 영국의 AZ 백신 1천만 명분과 미국 노바백스 백신 2천만 명분을 위탁생산(CMO)하고 있다. 다른 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로부터도 CMO 러브콜을 받고 있다. SK는 독감 백신(4가), 대상포진, 수두 백신 등도 생산한다.

안동 바이오산업은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헴프(hemp·대마)산업이 그것이다. 백신에 이어 또 하나의 대박을 꿈꾸고 있다.

안동은 지난해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다. 안동시는 2023년까지 매곡리 일원 약 50만㎡ 부지에 경북바이오 2차 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한다. 2차 산단에는 바이오 특화업종과 함께 헴프 관련 산업을 유치한다.

대마는 성분 중에서 칸나비디올(CBD)이 발견되면서 의료 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CBD는 환각작용 없이 통증과 발작을 감소시키며 뇌전증, 암, 신경질환 등의 치료물질로 쓰인다. 또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로 들어가는 혈류를 개선하는 것으로 밝혀져 치매처럼 기억기능이 손상되는 뇌질환 치료에 도움을 준다.

-의료용 대마 ‘헴프산업’도 대박 꿈꿔

대마는 크게 마리화나와 헴프 두 가지로 나뉜다. 마리화나는 환각성분인 THC(테트라 하이드로 칸나비놀)가 0.3% 이상 함유돼 있다. 반면 안동에서는 THC 0.3% 미만인 헴프를 재배한다. 전세계 헴프시장은 매년 20% 이상 급성장해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2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안동포(삼베)로 유명한 안동은 국내 대마 주산지다. 안동포는 대마로 만든다. 대마는 대마초 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아 산업분야에서는 헴프로 부른다. 헴프산업이 활성화되면 대마산업이란 이름으로 ‘복권’될 날도 오리라 기대된다.

백신과 헴프는 안동 바이오산업의 양대 축이다. 가능성은 무한하다. 안동의 바이오산업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열정이 지역 발전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지역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기원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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