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택배 주문이 늘면서 ‘아이스팩’ 사용이 크게 늘었다. 식품과 함께 배달된 아이스팩은 집안 여기저기 처박혀 애물단지가 됐다. 분리수거 대상도 아니라 가정마다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다. 일부 지자체가 수거해 재활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방치 상태다. 가뜩이나 미세 플라스틱 등의 환경오염이 눈앞의 과제가 된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아이스팩 수거를 확대하는 등 처리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아이스팩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생활 장기화가 가져온 부산물이다. 1인 가구 및 맞벌이 세대 증가도 한몫했다. 인터넷 쇼핑을 이용한 신선식품 구매 급증에 따라 덩달아 늘었다. 환경부 추정 지난해 국내 아이스팩 사용량은 3억 개를 넘어섰다. 아이스팩은 젤 타입과, 물 아이스팩, 전분물로 만든 친환경 아이스팩 등이 있다. 문제는 젤 타입이다. 젤 타입 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고흡수성 폴리머 1%와 99%의 물로 이뤄졌다. 물을 흡수, 젤 형태로 변하는 데 얼리면 냉기가 오래 지속돼 신선 식품 배달에 사용된다. 폴리머는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이것은 소각도 불가능하며 자연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버리면 물을 오염시킨다. 결국 해양생물의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대구 남구청은 지난달부터 ‘아이스팩’과 종량제봉투 보상 교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 5일엔 수거한 아이스팩 1천200여 개를 지역 신선식품 배송업체에 전달했다. 안동시도 ‘아이스팩 재이용’ 사업을 추진, 아이스팩을 수거한 후 세척해 이를 상인회 및 필요 업체에 무상 배부하고 있다. 안동시는 아파트와 행정복지센터에 아이스팩 수거함을 비치했다. 경주시도 올해부터 ‘아이스팩 재사용 사업’을 추진, 수거한 아이스팩 1천 개를 전통시장에 기부했다. 영주시 휴천1동도 아이스팩 수거 사업을 펴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이들 지자체 외에는 아이스팩 수거사업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구시와 경북도 전체로 아이스팩 수거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대구 남구과 같이 아이스팩과 종량제 봉투를 교환하는 사업은 실효성도 높다. 환경오염 경각심도 높여준다. 자원순환에도 도움 된다.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아이스팩의 친환경 대체 소재로 전환과 함께 재사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2023년부터 젤 타입 아이스팩에 대해 폐기물부담금을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수거사업은 이보다 더 빨리 시행할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그만큼 환경은 오염되고 지구는 병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이스팩 처리, 하루가 급하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