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날이 좋아서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연분홍 매화가 화사하게 봄을 물들인다.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 바람에 하늘거리고 오르막길 가에도 벚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한다. 머잖아 산과 들에서는 봄 소풍을 함께 즐겨보자는 유혹의 메시지가 날아들 것 같다.

이른 봄꽃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맘껏 드러낼 새도 없이 촉촉한 봄비에 흩날려 땅으로 내린다. 이제 삼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산수유가 노란 산 구름처럼 피어오르던 축제를 떠올려보지만, 아직 물러나지 않은 코로나19라는 녀석 때문에 올해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리라. 해가 바뀌고 다시 봄을 맞았다. 그 사이 우리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1년이 지나갔다. 코로나19가 온통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생활이었고 순간순간 가슴 졸이며 살아야 했던 시간이다. 고통과 아픔의 순간이 아직도 이어지고 사람 사이에 얼굴 맞대고 만나 이야기 나누기보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날들이다. 백신을 맞기 시작하자 그래도 희망을 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난달 말부터 맞기 시작한 국내에 들어오는 백신은 종류가 다양하고 그 항체 생성률이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백신을 맞느냐를 두고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고 한다. 코로나 환자 전담 병원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맞고, 그 외의 의료진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게 된다. 그런 가운데서도 어떤 병원에서는 항체 생성률이 좋은 화이자와 좀 낮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둘 다 배정되는 모양이다. 누구는 화이자, 누구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게 된다니 그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아무리 백신의 수급이 어렵다 치더라도 센터별로는 같은 종류의 백신을 배정하는 것이 맞지 않으랴 싶다. 동일 집단 직원들에게 항체 생성률이 다른 백신을 맞게 한다면 낮은 항체 생성률로 알려진 백신을 배정받은 당사자로서는 불만이 생기지 않겠는가. 심지어 항체 생성률이 낮은 백신을 맞아야 하는 직원이 접종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니 어려운 시기에 마음마저 힘들 것 같아 안타깝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백신이 접종됐다. 3일에 걸쳐 직원들이 차례대로 맞았다. 먼저 맞은 사람들에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물어보고, 많이 아프지 않았는지 들어가면서 준비하는 직원들의 표정에는 설렘 반 걱정 반 인 듯하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직원들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는 이부터 몸져누워 끙끙 앓았다는 이들까지 다양한 반응이었다. 대부분은 인플루엔자보다는 조금 아팠지만 견딜만 했다니 다행이라 여겨졌다. 어느 주사든 살을 찔러서 아프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아프고 안 아프고는 개인의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는 접종한 다음 날에 정말 핼쑥한 얼굴로 출근했다. 일하면서도 그의 표정을 살펴야 할 정도로 피로한 기색이 역력해 오프를 권유했지만, 참아 보겠다면서 근근이 하루를 지냈다.

반면 나이가 들어서 면역이 약해져서 백신에 대한 반응도 그리 심하지 않은 것인가. 필자의 경우에는 그래도 근육이 조금 더 좋은 오른팔 삼각근을 택해 주사했다. 그래서일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농담 삼아 이야기를 건네는 동료들도 있다. 면역 반응이 좋고 더 건강할수록 아프니, 정말이지 ‘아픈 만큼 성숙해질 것’이라고 말이다. 어찌 됐든 백신은 전 국민이 접종해 하루빨리 집단 면역을 형성해야 한다. 따라서 접종을 거부하는 일은 생기지 않아야 한다. 한 인구 집단에서 집단 면역을 형성하려면 전 인구의 75% 이상이 항체를 가져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백신은 가능하면 무조건 맞아야 한다. 이런저런 불평과 불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접종률마저 떨어지면 집단 면역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백신의 항체 생성률과 19세 이상 인구 집단의 비율로 계산한 값은 69.8% 정도라고 하니 많은 이들이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이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거부하게 되면 그 피해가 나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미치는 것이 바로 코로나다. 거리 두기도 그렇고 백신도 그렇다.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해서도 반드시 맞아야 한다. 내 인생이 진정 즐겁고 행복하려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다잡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하루하루 러닝 머신 위를 달리듯 쉬지 않고 다리를 움직여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나 긍정의 마음으로 좋은 말을 하면서.

이 봄에도 하루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행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날이 좋아서, 봄이 와서, 별일 없어서,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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