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객 행렬 이러지도 저러지도…벚꽃 시즌 대구 지자체 고민

발행일 2021-03-25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 지자체 벚꽃 행사 모두 취소, 민간 이월드 벚꽃축제 유일

확진자 발생 시 책임소재 추궁 두려워, 소극행정 일관

2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월드를 찾은 나들이객들이 만개한 벚꽃 아래에서 향기 가득한 봄날 풍경에 흠뻑 취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solmin@idaegu.com


벚꽃 시즌을 맞아 몰려든 상춘객으로 대구 지방자치단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보하자니 감염 확산이 두렵고 계도만 하기엔 인근 상권의 침체가 우려되는 진퇴양난의 모습이다.

25일 대구 8개 구·군에 따르면 모든 지자체가 올해 대면 벚꽃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대구에서 열리는 벚꽃 행사는 민간에서 진행하는 이월드 벚꽃축제뿐이다.

동구청은 올해 준비 중이던 비대면 아양기찻길 벚꽃 중계를 결국 취소했다. 벚꽃 터널로 유명한 지저동 둑길의 경우 야간 경관조명도 켜지 않는다.

동구청 관계자는 “비대면 영상으로 벚꽃 중계를 준비했지만, 자칫 상춘객들의 마음에 불을 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결국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수성구청도 수성못 둘레길에 대한 방역이 고민거리이다. 잘 꾸며진 벚꽃 터널과 야간 경관 조명 때문에 전국적으로 상춘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청은 벚꽃길의 특성상 지역민의 보행·산책의 특성도 하고 있어 경관 조명을 끄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공무원들과 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을 동원, 마스크 나눠주기와 안전수칙 홍보 등을 펼칠 방침이다.

2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월드를 찾은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길을 거닐고 있다. 김진홍 기자.


달서구청은 두류공원에 특별방역지침을 하달, 지속적인 계도활동을 하기로 했다. 벚꽃축제가 열리는 이월드에 대한 모니터링도 계속할 계획이다.

달성군 옥포읍에서는 매년 열리던 옥포벚꽃축제 취소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그동안 지역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서 마냥 관광객을 막을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가 2년째 접어들며 생활방역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취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방역과 지역경제 살리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난감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구청이 올해 비대면·소규모 방식의 벚꽃 행사를 신설해 눈길을 끈다. 참가자들이 개별적으로 벚꽃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하는 방식이다.

한 구청 홍보관계자는 “행사나 홍보를 하려고 해도 실무진에서 펄쩍 뛴다. 만약 행사를 개최했다 확진자라도 나오면 책임 소재 추궁 때문에 적극행정을 펼치기가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확실하게 방향을 잡아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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