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힘, 청년예술가 (1) 설치예술가 윤보경

발행일 2021-04-01 17:32:4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021 수창동 스핀오프’ 전시 첫 스타트, 오는 11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1층 윈도우갤러리서

윤보경 “작품은 나의 언어이자 소통의 도구, 사회문제 수면 위로 올리는 브레이크 역할할 것”

윤보경(27) 작가는 오는 11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윈도우갤러리에서 ‘누군가의 바다’를 전시한다.
대구예술발전소가 지난 3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달 24시간 외부에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1층 윈도우갤러리에서 ‘2021 수창동 스핀오프’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만 39세 이하, 개인전 2회 이하의 경력을 가진 청년 작가 10인을 대상으로 한다.

또 지역에서 청년 예술가를 조명하고 있는 다양한 전시도 있다.

청년 예술가 시리즈는 이번 전시를 통해 경험이 많지 않지만 예술가의 길에 용기 있게 첫걸음을 내딛은 젊은 작가들을 조명한다.

그들의 작품부터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 앞으로의 미래까지 청년 예술가들의 내면 깊숙한 이야기를 통해 예술가로서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윤보경 작가의 누군가의 바다
대구예술발전소의 ‘2021 수창동 스핀오프’ 전시 첫 스타트를 끊은 설치예술가 윤보경(27·여) 작가는 오는 11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윈도우갤러리에서 ‘누군가의 바다’를 전시하고 있다.

영남대 미술학부 트랜스아트를 전공한 윤보경은 성매매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그는 영상과 설치로 인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주로 평면보다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설치와 반복되는 영상을 자주 다룬다.

이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생동감 있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달시키기 위해서다.

윤 작가는 2019년 2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평소 게으르고 인내심이 부족해 모든 것을 쉽게 포기했다는 그는 작품에 있어서만큼은 어떻게든 완성시키고자 하는 집념이 있었다.

대학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졸업 후에는 거침없이 작가의 길을 선택했다.

또 무엇보다 하고 싶은 말을 누구에게나 쉽게 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작품은 그에게 제2의 언어로 다가왔다.

윤 작가는 “내가 유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이자 통로, 소통의 도구가 작품이었다”며 “속 시원히 친한 친구에게도 터놓지 못하는 고민, 감정 등을 작품에 그대로 분출시킬 수 있는 것이 나에게 큰 위로로 다가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윤보경 작가의 그날
2019년 수창청춘멘숀에서 1기 입주 작가 레지던시를 한 그는 지난해 8월 2주가량 달서구의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1회 개인전을 했고, 단체전 등을 거쳐 모두 17회의 전시를 경험했다.

윤 작가는 사회에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 안에 보이지 않는 문제들에 초점을 맞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대부분 ‘성매매’라는 심도 깊은 주제를 다룬다. 과거 성매매 업소를 다녀온 주변 사람들의 말과 인터뷰, 자료 등을 통해 깊은 영감을 받았다.

특히 중구 수창동의 자갈마당 철거 이후 그곳에서 벌어졌던 비인도적인 행태들이나 폭력은 여전히 존재하며, 다른 곳에서 재생산되고 있어 그의 작품들은 사회적 음지에서 암암리에 재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작가는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한다기보다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관람객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에 맞는 심각성을 제고하는 등 관심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창작한 ‘누군가의 성’이라는 작품은 성처럼 쌓아올려진 서랍장이 모두 열려있고, 실제로 성구매자들의 인터뷰가 중첩돼 흘러나온다.

‘누군가의 바다’라는 작품도 마찬가지다. 작품은 10개의 브라운관 티비를 소재로 하며, 1분가량 반복되는 바다를 루프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 도구들은 그가 직접 자갈마당이 철거될 시기 현장에 허락을 맡고 들어가 수집한 물건들이다. 즉 실제로 사용됐지만 버려진 물건들로 의미가 깊다.

윤보경 작가는 “작품의 화면 안에서 가상의 바다가 차오르고 빠지는 것을 반복하는 모습을 통해 자갈마당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변화된 것이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일제강점기 때부터 100년 이상 지속돼온 문제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자 코로나로 인해 24시간 외부에서 관람할 수 있는 수창동 스핀오프 전시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매매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열쇠꾸러미 등을 재료로한 또 다른 새로운 작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앞으로는 사회문제를 자주 다루는 만큼 관객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관객 참여형 작품들을 계획할 예정이다.

윤보경 작가의 붉은 비
윤보경 작가의 그 곳
현재 그는 작품을 위한 다방면의 지식을 쌓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국민대 대학원을 입학해 인터미디어 전공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사회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며 “작품을 통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문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브레이크 같은 역할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제동을 거는 그 시점에 관람객들은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생길 것이고 관심이 하나둘씩 모이면 힘이 생길 것이며 결국에는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발판에 서서 사회문제를 아우를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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