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태백과 마주할 세상

발행일 2021-03-31 09:49:5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2021년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피해 확대를 예방함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 회복 기조와 함께 우리 경제의 반등 기반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고용 유지, 청년과 중장년 및 여성 맞춤형 일자리, 취업지원 서비스, 근로가구 돌봄과 생활안정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고용대책이 추가된 것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용 관련 대책에 있어서는 여전히 공공부문의 힘을 빌린 단기의 그저 그런 일자리 제공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고용이 전형적으로 경기 후행성을 가지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올 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한다손치더라도 민간 일자리 증가는 상당한 시차를 거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상대적인 임금 수준과 고용 안정성이 뛰어난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기대하는 우리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책이 당장의 애로는 해소해 줄 수 있을지 모르나 미래 고용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맞춤형 일자리 대책이라는 정책명처럼 개인적인 이유이든 일자리 자체가 가진 문제 때문이든 미스매치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자신도 ‘이태백’(20대 청년층 태반이 백수)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이다.

한편으로 보면 너무 비관적인 전망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교육을 받지 않고, 고용돼 있지도 않으며, 직업훈련에도 참가하지 않는 15~29세 이하 청년층 즉,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추세와 장기화까지도 우려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일자리에 대한 청년층들의 이러한 불안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한 민간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니트족은 2020년에만 40만 명을 넘는 수준이고, 이는 전체 청년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 대비 각각 약 5%, 9%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전직 경험이 아예 없거나 무직 1년 이상인 상태로 일단 노동시장에서 퇴출 또는 자신의 의지로 벗어나게 되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이들은 생애소득 감소와 이에 따르는 후생수준의 하락과 같은 개인적인 피해를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문제와 직접 부딪혀야 하겠지만, 그나마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만약 니트족과 같은 상태가 장기화된다면 이는 부모세대의 부담 가중은 물론 각종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킬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노동 투입량 감소 등에 따른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 약화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태백이란 말이 나 온 이래로 ‘이구백’(20대의 90%가 백수), ‘이퇴백’(20대에 퇴직한 백수), ‘청백전’(청년백수 전성시대), ‘N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집, 경력 등 N가지를 포기한 세대)와 같이 국내 청년층의 일자리와 그들의 미래 삶의 불안을 표현하는 많은 신조어들이 탄생한 지 이미 10년도 더 지났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의 고용가능성(employment)을 높이기 위한 정규 교육과정에서의 직업 교육, 차별화된 맞춤형 고용 대책 등 수많은 대책과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 아니라 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스스로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코로나19가 누구에게나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은 당연한 일이고, 특별히 청년층이어서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도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이태백과 마주하는 것은 비록 가족이 아니더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드는 생각은 이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당장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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