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한 순간에 사라졌다.

발행일 2021-04-13 14:30:2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 중구의회 이경숙 의원
이경숙

대구 중구의회 의원

도시재생뉴딜사업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며, 노후된 주거지와 쇠퇴한 구도심을 효과적으로 되살리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LH 도시재생지원기구를 통해 뉴딜사업의 추진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지방자치단체는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주거환경 개선 방안으로 오래된 건축물 리노베이션도 포함된다. 이는 재건축이나 신축에 비해 비용을 훨씬 낮출 수 있고 근대와 현대의 조화로움에 실용성이 더해지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근대 건축물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도 보존되니 일석이조가 된다.

경북 문경시 산양면에 위치한 1944년에 지어진 건축물을 리노베이션해 역사적 가치를 살린 사례도 있다.

대구의 원도심인 중구에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시기, 근현대까지 역사를 담은 유일무이한 근대건축물들이 많이 있으며 다른 도시에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자산이다.

중구 동산동, 향촌동을 비롯해 북성로에는 적게는 80년, 많게는 100년 이상의 건축물들이 효용적 가치가 높은 콘텐츠가 됐다. 중구청은 이를 이용해 2014~2020년까지 35곳을 리노베이션 했다.

대구 읍성상징거리 조성사업을 기점으로 1930년대 일제 건축물의 외형을 가지고 있던 와이어 철물점 삼덕상회 등 총 17개소가 새롭게 리모델링 됐다. 지난해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사업으로 1960년과 1968년에 학원과 판매점으로 사용했던 건축물 4곳 등이 리모델링 됐다.

‘솔솔솔, 빨간 구두 속 보물찾기’ 사업에는 1910년 일제강점기 소금창고로 쓰였던 곳을 갤러리 겸 카페로 탈바꿈 시킨 ‘cafe 소금창고’ 등 14개소가 공공기관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 멋지게 거듭났다.

이로써 관광객이 늘어났고 거리의 연인들이 커피를 마시고 공연과 미술작품을 보고 즐기는 장소로 유명한 핫플레이스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 9월께 북성로의 리노베이션 사업이 진행됐던 1910년의 카페 소금창고 등이 대구역 힐스테이트 아파트 재개발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중구청에서 세금으로 지원비를 투입한 것은 5년 동안 유지하기로 한 조건이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9년 공모로 선정된 북성로 뉴딜사업은 한 쪽은 공구상가로, 한 쪽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 구간에는 공들여 리노베이션 한 건축물과 우리가 지켜야할 100년의 가치를 지닌 근대 건축물이 포함돼 있다.

중구청은 그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축 아파트 건설에 왜 포함시킨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구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가 담긴 건축 자산을 잃고 말았다. 아파트의 가치가 아무리 올라가더라도 100년의 가치를 따라갈 수는 없기에 매우 아깝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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