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공시가 재조사 후 속도 조절 여부 결정해야

대구시 등 지자체의 급등한 아파트 공시가 불복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공시 가격 현실화 과정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시가를 적용할 경우 서민 부담이 한꺼번에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 여당 일각에서조차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공시가의 현실화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급격한 인상은 조세 저항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이 같은 저항은 애초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책 당국자들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소유자들이 반발하는 등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2일 “공시 가격이 올라가면 세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등의 부담도 증가한다. 장기적으로 공시 가격을 현실화해야 하지만 급격한 현실화로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져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안 마련과 중앙정부에 속도 조절을 건의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공시 가격의 급격한 현실화와 관련해 공시 가격 재조사 및 중앙정부 건의 등을 통해 시민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대구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0.01% 하락했으나 올해에는 13.14%로 뛰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등도 공동주택 공시가 속도 조절 주장에 가세했다.

처음부터 조세당국과 사회보험 담당 부서의 의견을 듣고 추진했으면 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책 당국이 책상머리 계획을 일방 추진하다 보니 부작용이 커진 것이다. 국회도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실에서 공시가 상승률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이를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시가 산정 과정의 오류에 대한 비판을 감내하고 이를 수정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공시가 산정 주체의 지자체 이관 주장은 그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한 후 추진할 일이다. 자칫 서둘렀다가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위험성도 없지 않다.

정부 여당도 고민은 되겠지만 일단 이들 지자체의 재조사 결과를 받아들고 공시가 재산정 등 조정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국민 모두가 코로나19로 심적,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마당이다. 서민 세 부담을 경감시켜주지는 못할망정, 세 폭탄을 안겨서는 안 될 일이다. 국토부가 정책의 신뢰 훼손을 이유로 공시가 재조사를 반대하고 있지만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다. 4·7 재보선에서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인했지 않은가.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