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대담하기 짝이 없다. 피해 규모도 갈수록 늘고 있다. 나름 주의한다고 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첨단 지식에 능숙한 20대와 전문직 종사자도 당할 만큼 수법이 정교해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어난 것도 보이스피싱 범죄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요구된다. 시민들도 의심되는 전화와 메시지에 각별히 주의할 일이다.

지난해 대구지역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건수는 모두 1천3건이다. 하루 평균 3건이 발생했다. 피해액만 221억 원에 달한다. 2018년의 929건, 103억 원에 비해 건수는 8%, 피해액은 114% 폭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약 2천300억 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감소하는 등 피해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족과 지인 등을 사칭한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계속 증가했다.

범행 수법도 지난해 초까지는 저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대포 통장을 이용, 피해자에게 계좌이체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수법이 많이 알려지면서 수거책을 이용한 대면 현금 거래가 늘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휴대전화 해킹과 도청을 통해 피해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 피해자를 갖고 노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부분 해외에 거점을 둔 탓에 피해 회복도 쉽지 않다. 올해부터는 중국 등 국외에서 국내 번호인 ‘010’으로 변조한 휴대폰 번호를 사용하는 새 수법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일반인은 식별이 어려운 가짜 은행 앱을 사용해 젊은 층과 전문직 종사자도 쉽게 속아 넘길 정도라고 한다.

경찰도 전담팀을 구성, 계도와 신고를 독려하고 있지만 진화하는 수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사기꾼들의 농간에 놀아나야 하나. 경찰과 금융당국이 나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은 중국 등 외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을 당사국의 협조를 구해 끝까지 추적, 죄를 묻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 공안과 협조, 현지 조직을 일망타진한 사례도 있다.

금융사의 관심과 지원도 절실하다. 금융사들의 고객 보호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고령층 등 취약한 고객과 사기 유형을 분석해 맞춤형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취약 고객에 대한 문진 시스템을 구축해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경제난으로 쉽게 유혹에 빠져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는 젊은이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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