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경기 회복이라는 큰 이슈에 이목을 빼앗기는 동안 우리는 출산율 2년 연속 세계 꼴찌라는 실로 충격적이라는 표현 밖에 쓸 수 없을 정도의 현실에 별 다른 주목을 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일부 언론에서 크게 다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우리 뇌리에서 잊혀진 듯 해 못내 아쉬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굳이 타국과 비교해 볼 필요까지도 없이 국내 출산율 현황만 살펴보더라도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가임여성(15~49세) 1명당 낳을 수 있는 평균 출생아 수 즉, 합계출산율은 잠정치로 0.84명에 불과한데, 이는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수준인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게 되면 가장 먼저 총인구 증가세가 점차 줄어들면서 조만간 전체 인구도 감소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 그 때가 2039년쯤이 될 것이라고 하니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저출산 또는 인구 감소는 경제적으로 보면 자본이나 기술진보와 같은 다른 생산요소의 투입량이 일정하다면 노동인구의 공급 부족에 따르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또 다른 큰 부정적인 측면을 들자면 저출산 현상이 고령화와 맞물리게 되면 노년부양비의 증가 속도를 높여 미래 세대의 부담을 가파르게 높이게 된다는 사실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노년부양비란 15~64세 생산가능인구 100명 당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중을 나타내는데, 지금 추세라면 15년 후인 2036년에는 50% 수준을 상회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생산가능인구 2명이 고령자 1명의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결국 미래 세대의 후생 수준 하락, 노동과 같은 경제사회적 활동 의욕의 저하, 기존 세대와의 갈등 확대 등을 유발해 결국에는 우리 사회와 경제가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물론, 저출산 현상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200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고, 올 해부터 2025년까지 5년 간 저출산 대응을 위해 약 196조 원을 투입한다고 하니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의 정책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래서 이 정도면 앞으로 저출산 문제는 서서히 완화되지 않을까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국가들에게서 효과가 있었다고 알려진 남성들에 대한 육아휴직 제도 확충과 이를 위한 재정지원 확대에 대해서는 상당한 기대감이 든다. 이로써 그 동안 발목을 잡았던 일과 육아의 병행이 수월하게 되고, 여성의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은 지금보다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영아수당 등 각종 수당의 확충도 저출산 현상 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아예 결혼을 하지 않거나, 초혼 연령이 늦춰지는 만혼(晩婚) 현상의 극복 없이는 저출산 현상이 완화 또는 극복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결혼했다고 해서 바로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출산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0년대 초반 약 7건에 달했던 조혼인율(인구 1천명당 혼인건수)이 최근에는 약 4건으로 급감했고, 2015년부터는 남녀 모두 평균 초혼 연령이 30세를 넘었다. 그만큼 출산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파격적인 수준의 결혼장려금이나, 프랑스처럼 ‘‘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생각으로 지금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수준의 아동 및 육아 수당을 지급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심지어는 대학까지 무상교육하자는 등의 주장도 나온다. 일견 허무맹랑한 것처럼 들릴 지 모르지만 나름 설득력이 없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전에 먼저 정책 수요자인 미래 세대 즉, 청년들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일례로 고용 안정성이 높고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고, 내 집 마련 가능성도 희박한 그들에게 과연 결혼과 출산이라는 선택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을 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가치관의 차이는 일단 내려놓고서 말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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